위협받는 대한민국 성장률
환경문제 뛰어넘은 폭염과 한파
생산성하락·물가상승 등 부추겨
방치땐 2100년 韓 기온 6.5도 ↑
한은 "GDP 매년 0.3%p 감소"
금융권 손실 전망도 최대 45조
"보험이란 생각으로 대책 찾아야"
폭염은 일상화되고, 한파와 집중호우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지구촌 어딘가의 비극이 아니다. 한국 경제의 체력도 서서히 소진되고 있다. 이례적이던 기상이변이 이제는 '뉴 노멀'로 자리 잡으며,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보호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실물경제 전반에 걸친 중대한 위협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체다.
■무대응 시 2100년 GDP 21% 줄어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한국은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에 시달렸다. 2024년 여름철 평균기온은 25.6도로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평년의 3.1배에 달했다. 역대 최대치다. 도심 곳곳은 침수됐고, 건설 현장은 작업이 멈췄으며, 철도 등 교통 인프라도 일부 운행이 중단되는 등 기후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충격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생산성 하락, 인프라 파괴, 소비자물가 상승이라는 실물경제 삼중고로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단기적 재난을 넘어 구조적 경제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금융감독원·기상청이 공동으로 발간한 '기후변화 리스크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구조적으로 실물경제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후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100년까지 한국의 평균기온은 6.3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1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2100년까지 21% 감소하게 된다. 매년 0.3%p씩 성장률이 떨어지는 셈이다. 현재 명목 GDP가 2411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약 506조원 규모의 경제가 사라지는 것이다. 반면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할 경우 GDP 감소 폭은 2050년까지 10.2%, 2100년에는 13.1%로 축소된다.
■탄소대응 미흡 기업, 무역장벽 직면
기후위기는 산업 전반에도 구조적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유·화학·시멘트·철강·자동차·발전업 등 고탄소 업종은 온도 상승이 1.5도 내에 억제될 경우에도 2050년까지 부가가치가 62.9% 감소하고, 2100년까지는 32.4%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024~2050년 사이 탄소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용이 크게 올라 고탄소 산업의 부가가치가 하락하지만, 이후 친환경 기술 발전이 가속되면 감소 폭은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후대응이 늦어지고 친환경 기술 도입이 지연될수록 부가가치 손실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철강·알루미늄·비료·수소·시멘트·전력 등 6개 품목에 탄소국경세(CBAM)를 도입할 예정이며, 탄소중립 이행이 부진한 한국 기업들은 무역장벽에 직면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금융안전성도 위협…기후대응이 보험
금융시장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 기상청과 함께 발표한 '은행·보험사 대상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기후악화로 고온·폭우 등 물리적 충격이 커질 경우 기업대출 회수율이 낮아지고 투자기업의 주가가 하락해 금융기관의 손실이 누적될 수 있다.
실제 무대응 시나리오에서는 국내 금융권의 예상 손실 규모가 최대 45조7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 지연 대응 시에는 손실 규모가 40조원 수준이며, 온도 상승 폭을 1.5도 또는 2도 수준으로 제한할 경우 손실은 27조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정책은 단순한 환경보호 수단이 아니라 미래 성장을 방어하는 보험이며 국가 경쟁력을 지키는 전략"이라며 "현재의 대응이 향후 수십년 한국 경제의 회복 탄력성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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