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기 실리콘밸리특파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의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처음 언급한 것은 지난 2019년이었다. 그해 4월, 당시 테슬라 본사가 있던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서 열린 테슬라 투자자 행사장에서였다. 머스크 CEO는 테슬라의 로보택시 전망을 낙관했다. 테슬라 로보택시가 2020년에 달릴 것이라고 그는 예상했다. 머스크는 테슬라가 2020년대 중반까지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차량 100만대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그 차량들이 소유자들의 동의를 받고 로보택시로 활용 가능할 것이라는 원대한 비전도 공개했다.
머스크가 로보택시 청사진을 제시한 지 약 6년 뒤에 그 청사진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현실이 됐다. 머스크는 "10년간의 고된 결실"이라며 테슬라의 로보택시 운행을 자축했다. 로보택시 론칭 행사가 열린 바로 다음 날인 2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테슬라 주가는 8.23% 급등했다. 로보택시라는 재료로 최근 지지부진했던 테슬라 주가가 치솟은 것이다.
머스크는 결실을 얻었다고 환호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테슬라 로보택시의 한계는 뚜렷하다. 머스크가 100만대가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던 로보택시 차량은 단 10대에 불과했다. 또 이날 공개된 테슬라의 로보택시는 완전자율주행 방식이 아닌 로보택시 조수석에 안전감시자가 탑승한 미완성 버전이었다. 현재 자율주행 로보택시 시장을 이끌고 있는 웨이모의 경우에도 초창기에 로보택시 운전대 앞에 인간이 앉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향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역시 오스틴 시내 전체가 아닌 일부로 한정된 운행지역도 확대돼야 한다. 이렇게 한계가 뚜렷함에도 시장은 테슬라의 로보택시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에서 자율주행차 시대가 본격 열린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로보택시가 후발주자일 만큼 미국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은 보편화된 지 오래다.
한 주에 25만명의 유료 탑승자를 태우는 구글의 자율주행차 기업 웨이모가 이를 증명한다. 웨이모는 로보택시 선두주자다. 웨이모는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로보택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 미국 4개주 6개 도시에서 로보택시를 운행 중인 웨이모는 관련 서비스와 산업을 이끌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에서 웨이모의 로보택시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더 이상 샌프란시스코 시민과 실리콘밸리 거주민들은 웨이모의 로보택시를 신기해하지 않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때로는 우버를 대체하기도 하는 웨이모의 로보택시 운행범위는 야금야금 늘어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만 운행되던 웨이모의 로보택시는 한국에서 실리콘밸리라고 부르는 지역에 속한, 구글 본사가 위치한 마운틴뷰까지 운행된다. 그뿐만 아니라 웨이모는 서부와 중부가 아닌 동부의 뉴욕과 보스턴 지역에도 진출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가까운 미래에 웨이모의 로보택시가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달리게 되는 것이다.
미국 자율주행 로보택시 플레이어는 또 있다. 최대 세계 상거래기업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죽스라는 자율주행차 기업을 통해 오래전 이 시장에 진입했다. 죽스의 로보택시는 올해 초부터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죽스 로보택시 역시 웨이모의 로보택시에 비해 운행지역의 한계가 있다. 웨이모의 사례를 보면 서비스 지역 확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왜 미국에서 유독 자율주행차 서비스와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을까. 미국은 원래 그래, 미국이니까 가능하다고 하기에는 무엇인가가 빠졌다. 이 시장은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 자회사가 경쟁에서 도태된 후 퇴출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런데 한국은 경쟁이 너무 없어 보인다. 경쟁을 통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에서 증명됐다. 한국에서도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들의 사생결단식 경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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