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재판 경험에 더하여 변호사로서의 경험도 점점 쌓여가는바 여러 실무 경험을 통해 알게 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늘은 좋은 배우자, 건강한 부부관계 및 이혼과 관련된 여러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고자 한다.
- 좋은 배우자 고르는 기준을 알려준다면?
혼인관계를 이어나가다 보면 항상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떠한 방식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의견 차이가 있다고 감정을 주체 못하고 고성을 지르거나 지나치게 흥분하면서 말하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이러한 경향성은 나이가 들수록 더 강화되기 마련이다. 약속을 잘 지키지 못하거나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도 걸러야 한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집착하거나 쉽게 망상에 사로잡히는 사람 역시 절대 함께 해서는 안된다. 나중에 의부증, 의처증 환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치관(인생, 돈, 자녀, 종교, 정치 등)의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사람이 좋다. 가치관의 차이가 크면 점점 대화가 어려워지고 나중에는 결국 따로 놀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일관된 사람이 좋다. 가끔 윗사람에게는 깍듯하나 아랫사람에게는 안하무인인 사람도 있고, 집 밖에서는 ‘사람 좋은 호인’이란 소리를 듣지만 집에서는 포악한 또는 짜증을 잘 내는 성격으로 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현재는 당신에게 다정할 수 있을지언정 언젠가는 당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가 있다.
- 부부관계가 좋은 사람들이 꼭 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부관계가 좋은 사람들은 항상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안다. 배우자가 아침에 내려주는 커피에도 진심을 담아서 감사해하고, 출근길에 태워주고 내려주면 꼭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작은 갈등이라도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때그때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갈등 해결 과정에서 절대 상대방을 비난하지 않고 그 대신 자신의 상황이나 감정을 먼저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일상적으로 꼭 필요한 말 이외에도 자녀, 주변, 시사, 미래, 감정 등에 대해서 자주 소통하는 등 대화 주제가 풍부하다. 부부끼리 얘기하며 웃는 시간이 많다. 그리고 ‘나’보다는 ‘우리’라는 관점이 강하다. 상대를 바꾸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며 상대를 구속하지 않는다. 상대의 꿈을 무시하지 않으며 그 또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 역시 존중해 준다. 상대의 성장을 지지하며 질투하거나 방해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언행일치를 이룬다. 상대방의 원가족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으며 가급적 상대방의 원가족을 자신의 원가족과 동일한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대한다.
-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사람들의 특징은?
평소에 비아냥거리는 말투를 자주 쓴다(찔리나 보지?, 그럴 줄 알았어, 당신이 항상 그렇지 뭐 등). 상대방의 감정 표현에 대해 묵묵부답하거나 무반응 또는 싸늘한 표정이나 냉소적인 제스처로 일관한다. 싸울 때 꼭 과거의 잘못을 재차 들추어내고 같은 말을 반복한다. 다른 부부 또는 가정과 비교하는 말을 자주 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상대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앞선다. 상대방의 배려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감사하는 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꼭 필요한 말만 하는 등 부부끼리의 대화가 거의 없다. 상대에 대한 불만이 많고 늘 상대를 바꾸려 한다. 상대의 꿈을 무시하고, 혹여 상대방이 큰 성장을 이룬다 해도 그건 상대방의 성공이지 나의 성공이 아니므로 기뻐하지 않는다. 종종 상대방의 자아실현을 의도적으로 방해한다. 상대방의 원가족을 비난하거나 가급적 만나지 않으려 한다.
- 결혼하기 전 대부분의 연인들이 착각하는 것을 한 가지 알려준다면?
‘결혼하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이다. 결혼은 현실이다. 연애할 때 잘 맞던 사람도 결혼하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하물며 연애할 때부터 삐걱거리는 관계는 결혼 후에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본성은 잘 바뀌지 않는다. 소년재판과 이혼재판을 오랫동안 해보면서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다’라는 격언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 물론 소년은 성인보다는 바뀔 가능성이 좀 더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혼을 하게 되는 30대 이후 성인의 본성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러니 만약 당신이 연애 중인데 상대방의 어떤 점이 너무나 마음에 안 든다면 해결책은 2가지 밖에 없다. 하나는 가능하면 빨리 그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다. 당신이 걱정했던 그 문제는 일시적으로 해결과 재발을 반복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악화될 것이며 나중에 그 문제 때문에 결국 상처받고 이별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당신과 상대방 모두를 위해서라도 가능하면 빨리 헤어지는 것이 좋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을 너무 좋아해서 그 사람의 이해할 수 없는 본성을 알게 된 후에도 헤어질 수 없는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사람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이 바뀔 것이라고 믿고 기대하며 그 사람을 바꾸려고 계속 노력하는 만큼 당신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계속된 갈등 속에 지쳐가고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때마다 고통받을 것이다. 그렇기에 평온하게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아예 하지 말고 상대방을 바꾸려는 노력을 멈춰야 한다.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수밖에 없다. 사실 요즘 시대에 이러한 삶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연애할 때부터 이미 잘 안 맞는다면 얼른 헤어지는 게 상책이다.
- 나이 들면서 부부관계가 멀어지는 이유는?
혼인관계를 오래 이어나가다 보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깊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상대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커지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들면서 체력과 정신력도 예전만 못하기에 부부간의 스킨쉽이나 성관계도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부부의 취미와 가치관이 다른 경우 각자 따로 시간을 보내면서 정서적으로도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러다가 각방을 쓰게 되고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감을 느끼기도 한다. 자녀들이 다 성장해서 출가하게 되면 두 사람만 남게 되는데 부부 간에 건강한 대화나 함께 할 수 있는 취미가 없다면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상황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 위기의 부부들이 건강하게 부부 생활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상대방을 존중하고 특히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두고 바꾸려 하지 말아야 한다. 작은 일에도 습관적으로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갈등이나 불만이 있어도 바로 상대방을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먼저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차분히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의 개인적 시간과 공간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애정 표현이나 스킨쉽을 가능하면 자주 하되, 애정 표현이나 스킨쉽이 당최 어색하다면 가끔 상대방에게 작은 선물을 챙겨주거나 본인이 맛있게 먹었던 음식이나 디저트를 챙겨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부부 여행도 계획해 보자. 이런저런 시도를 통해서도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의 상담(부부심리상담 등)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 이혼한 사람들이 대부분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가? 남녀가 좀 다른 편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혼 과정에서 자녀들에게 상처 준 것을 후회한다. 부부는 이혼하면 남남이 되지만 이혼 후에도 자녀와 부모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이혼을 겪는 많은 부부들이 상대방에 대한 실망과 분노 때문에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자녀들 앞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결국 나중에는 크게 후회한다. 특히 자녀의 양육권에 관하여 첨예한 다툼이 있는 사건에서 일부 부모들은 양육자 지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자녀에게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일삼는다. 그 상황에서 자녀들은 엄청난 압박감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러한 부정적인 임팩트는 자녀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를 남기게 된다. 이혼 과정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또 후회하는 것은 길고 힘든 이혼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던 점이다. 건강했던 사람도 이혼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몸과 정신을 학대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술, 담배, 유흥 나아가 약물에 빠지는 경우도 있으며 비이성적인 소비나 자해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이혼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평소 자기의 생활과 다른 행동들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나 그렇게 하면 결국 이혼 후 남은 건 온전치 않은 정신과 망가진 몸뿐이다. 마지막으로 이혼 과정을 겪으면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홀했던 점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괜히 위축되어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일부러 연락을 차단하고 그 시간이 오래되면서 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의외로 ‘상대방과의 관계 회복을 위해 조금 더 노력해 볼걸’ 하면서 후회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아마도 긴 이혼 과정을 거치면서 지치도록 지칠 만큼 충분한 시간을 거쳐 그런 것 같다. 이러한 형태의 후회는 드물지만 있다 하여도 여성의 경우보다 남성의 경우가 많다.
-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은 무엇인가?
가장 많이 하는 착각은 ‘새로운 시작이 곧 행복을 보장한다’이다. 이혼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행복해지지 않는다. 갑자기 부여된 자유도 일생이 되면 별로 신선하지 않을 수 있다. 혼인 중 불행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이혼 후에도 불행하게 산다. 원래 혼자서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이혼 후에도 즐겁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이혼 후에는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요즘엔 돌싱 자체가 흠이 아니라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상 돌싱의 경우 원래 싱글인 사람보다는 ‘연애시장’에서 혹은 ‘선시장’에서 핸디캡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신경 쓸 것이 많다. 또 하나의 착각은 ‘자녀들이 매일 싸우는 부모를 보는 것보다 이혼해서 각자 행복하게 사는 부모를 보는 것이 그들의 정서상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가 면담한 많은 이혼 가정의 미성년 자녀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매일 싸워도 부모가 자신들과 같은 집에서 함께 사는 것을 더 바랐다고 한다. 그 아이들은 대체로 자신들이 성년이 되기 전까지 이혼을 참지 못한 부모를 원망하고 있었다.
-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이혼 전에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한다. 실망과 분노 그리고 회한 등으로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으므로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이혼 이후의 삶도 미리 생각해 보면서 글로 정리해 보면 좋다. 특히 자녀가 있다면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이혼 후 1년, 2년, 3년 최소 5년 이상의 청사진을 미리 그려보는 게 좋다. 주변에 이혼한 사람, 특히 고민을 공유할 만큼 친한 사람이 있다면 이혼 이후의 현실적 삶에 대해 충분한 조언을 듣는 것이 좋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자녀가 있다면 이혼에 관하여 그 자녀가 수긍할 만큼 오랜 시간 대화하여야 한다. 이혼은 두 사람의 이별 외에도 가족의 해체라는 결과를 낳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자녀들이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무 의견도 내지 못한 채 가족이 해체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미성년 자녀들이 받는 고통은 당신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마지막으로 이혼이라는 인생의 중대한 변곡점을 찍고 실행에 옮기기 전에 미리 전문가와 상담을 거칠 필요가 있다. 실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강력한 이혼 의지를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 이혼을 접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실제 이혼 절차는 꽤나 힘들고 긴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므로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잘 신경 써야 한다. 그리고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원가족들이나 친한 친구들의 정서적 지지를 받는 것이 좋다.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l 김태형 변호사는 가사∙상속 분야 전문가이다. 2007년 법관 임용후 2024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17년간의 법관생활을 끝내고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법관시절 2012년부터 총 8년간 가사∙상속 및 소년심판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법관 퇴직 전 5년(2019~2024)간 수원가정법원에서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수많은 가사∙상속 관련 케이스를 처리하면서 이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했다. 베스트셀러인 "부장판사가 알려주는 상속, 이혼, 소년심판 그리고 법원"(박영사, 2023)의 저자이기도 하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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