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美 위해 싸워 훈장까지 받았는데” 한국계 퇴역 미군, 트럼프 이민 단속 못 피했다

“美 위해 싸워 훈장까지 받았는데” 한국계 퇴역 미군, 트럼프 이민 단속 못 피했다
박세준씨(왼쪽)과 아들. NPR 화면 캡처. 2026.06.25.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참전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던 50대 한국계 퇴역 미군이 미국 땅을 떠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의 여파로 결국 자진 출국을 택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하와이에 거주했던 박세준씨(55) 이야기다.

영주권자 신분으로 살던 퇴역군인.. 돌연 구금 통보

박씨는 24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NPR과 인터뷰에서 "내가 지키려고 싸웠던 나라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미 영주권자인 그는 15년 전 약물 소지, 법정 불출석을 이유로 추방 명령을 받았으나 이민당국의 허가로 미국에 체류해오다 최근 돌연 구금 통보를 받았다.

박씨는 7살 때 미국 마이애미로 건너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주로 자랐으며, 고교 졸업 후 미군에 입대한 그는 1989년 12월 '파나마 침공' 작전에 투입됐다가 등에 총상을 입고 명예 제대했다. 당시 전투 공로를 인정받아 퍼플하트 훈장을 받기도 했다.

박씨는 미 시민권은 취득하지 않고 영주권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미국은 최소 1년, 전시에는 단 하루라도 미군에서 명예롭게 복무한 사람에게 신속 귀화 혜택을 제공하지만, 박씨는 복무 1년이 되기 전 제대했다. 또 미 정부는 파나마 침공을 적대 행위로 분류하지 않아 그 대상이 되지 않았다.

'전쟁 트라우마' 마약에 손댔다 끊었지만.. 결국 한국행 비행기

그러나 전역 후 박씨는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에 시달리며 마약에 손을 댔다. 결국 뉴욕에서 마약 거래를 하다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법정 출석도 이행하지 않으면서 보석 조건 위반 혐의까지 추가돼 2009년부터 3년간 복역했다. 이로 인해 귀화 신청이나 강제 출국 명령에 대한 구제 조치도 불가능해졌다.

이후 그는 추방 명령을 받았지만, 매년 이민국 직원의 확인을 받는 조건으로 미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었다. 이는 미 이민세관국(ICE)이 추방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는 이들에겐 흔히 있는 일이라고 NPR은 설명했다.

출소한 박씨는 가족들이 살고 있던 하와이로 이주했다. 마약을 끊고 10년간 자동차 딜러로 일하며 아들과 딸을 키웠다. 그러나 이달 초 하와이에서 현지 ICE 관계자들이 그에게 앞으로 몇주 안에 자진 출국하지 않으면 구금, 추방될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고 한다.

결국 박씨는 50년가량 고향으로 여기며 살던 나라를 떠나기로 했다.
23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는 올해 85세인 어머니를 보는 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또 "이 모든 일을 겪었지만 군에 입대하거나 총에 맞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