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원장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 신경외과 전문의)
[파이낸셜뉴스] 주부 김모씨(67세·여)는 허리 통증이 심해 통증 치료를 받고 있지만 증상이 점점 심해졌다. 몇 년 전 척추전방전위증으로 진단받고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침도 맞고 도수치료도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수술을 하는게 좋겠다고 권유받았다. 수술이 부담스러워 버텨보는 중인데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지속되자 의욕도 없고 사람도 만나기 싫어 외출을 꺼리다 보니 우울증까지 생긴 것 같았다.
갱년기를 지난 중년 여성들 중 만성적인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허리 통증이 생기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을 먼저 떠올리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만3235명이 척추전방전위증으로 병원을 찾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의 96.3%에 이르는데 그 중 70%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허리를 지탱하는 근육이 남성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출산, 육아 등으로 허리를 많이 사용하면 허리가 약해질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이 급격이 감소하면서 척추 주위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는 현상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의 위, 아래 뼈가 어긋나면서 변형과 통증이 일어나는 질환으로 노화로 인한 발병 요인이 가장 높고, 가벼운 야외 운동 후 통증이나 외상 후 통증으로 인해 흔하게 진단된다.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고 허리를 뒤로 젖히거나 바로 누우면 통증이 더욱 심해지는 게 특징이다. 심한 경우 잘 때 돌아눕다가 깨기도 하고, 신경을 자극해 다리까지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척추관협착증과 증상이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도 많지만 척추전방전위증은 신경관이 좁아지면서 통증과 저림이 생기는 척추관 협착증과는 달리 척추 뼈가 어긋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위쪽 뼈가 밀려나올 경우 비만이 아닌 사람이라도 배가 나와 보일 수 있고 아래쪽 뼈가 밀려 나올 경우 엉덩이가 뒤로 빠져 오리걸음을 걷게 된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증상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질환 초기에는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비수술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경막외 신경감압술 등의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해당 시술은 꼬리뼈에 2mm 두께의 작은 관을 넣어 척추 신경을 둘러싼 경막 바깥 공간을 타고 올라가 염증 부위를 직접 관찰하면서 치료해 시술 시간이 짧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보존적 치료 방법에도 호전되지 않거나 진행 정도가 심해 신경이 눌린 경우 척추 유합술 등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뼈의 어긋난 정도가 적을수록 치료가 쉽고 빠르기 때문에 질환 초기 단계에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바른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바른 자세로 걷기, 수영 등의 운동으로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필수다. 걷기 운동을 할 때는 배에 힘을 주고 등을 곧게 편 상태로 체중을 발뒤꿈치에서 엄지발가락 쪽으로 이동시키는 등 자세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박재현 원장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 신경외과 전문의)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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