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 국정기조 재강조
"자본시장 투명·공정성 회복할것
외교, 유일한 선택기준은 '국익'
여야 넘어 모두의 협력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첫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중앙대학교 동문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주의 국정기조를 거듭 천명했다. 대내외적 경제요인 불안정성 가중 등으로 생존 절벽 끝으로 내몰린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쟁보다는 실용의 정치, 대결이 아닌 협력의 국정"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 연설은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이 국회에서 밝힌 첫 국가 운영 비전으로, 경제와 외교의 국정 방점을 '이재명 대통령식' 실용주의 정책 기조에 찍고, 이를 한층 더 진화시킨 '공정경제'로 나아가기 위한 국정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공정한 성장, 실용의 외교"
이 대통령은 26일 국회 시정연설 서두에서 "공정한 성장이야말로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할 열쇠"라며 "기회의 문이 좁아진 저성장 시대에 함께 나누는 성장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불을 걷어내야 씨를 뿌릴 수 있다"며 구조적 개혁의 고통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공정성장'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며 성장의 열매를 특정 계층에 국한시키지 않고 모두에게 돌려주는 구조개편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눌 때 모두가 잘사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며 "공정하게 노력해 일군 정당한 성공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개혁과 미래 산업 투자도 메시지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금융시장 신뢰 회복을 강조했고, 인공지능·반도체·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국가적 투자를 예고했다.
경제철학 못지않게 외교 방향도 명확히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기존의 이념·진영 프레임을 걷어내고 실용 중심의 외교를 예고했다. 급변하는 국제 질서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통상과 공급망 문제부터 한반도 안정까지 국익 관점에서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반도 평화의 경제적 가치도 부각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가 밥이고, 경제다"라는 구절을 반복하며 안보와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제시했다. 아울러 "평화가 경제성장을 이끌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강화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말하며 외교·안보의 실용성도 부각했다.
정치문화에 대한 철학도 담겼다. 이 대통령은 "기득권과 특권, 새치기와 편법이 아니라 공정의 토대 위에 모두가 질서를 지키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규칙을 지켜 손해 보지 않는 사회, 정당한 과정이 보상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대통령 혼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여야를 넘어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가 이제 乙" 몸 낮춘 대통령
연설을 앞두고 이 대통령은 국회의장단과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 환담 자리에서 "이제 제가 을(乙)입니다. 각별히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낮은 자세를 취했다. 이어 "짧지만 국회 경험이 정부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국회의 견제·감시 역할을 존중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날 본회의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총 12차례 박수로 연설에 호응했다. 특히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는 발언에는 장내 첫 박수가 터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이 대통령은 "여당의 박수에 감사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어 쑥스럽다"며 웃음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연설 종료 후 이 대통령은 본회의장을 돌며 여야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는 중앙대 동문인 이 대통령은 권 의원과 짧은 대화를 나누고 웃으며 어깨를 툭 치기도 했다. 권 의원이 총리 후보자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이자 여기에 유쾌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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