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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추경 골든타임 안 놓치게 여야 협치 결단 내려야

李, 시정연설에서 신속 처리 당부
집행 늦을수록 경제회복 효과 감소

[fn사설]추경 골든타임 안 놓치게 여야 협치 결단 내려야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대한민국은 매우 엄중한 시기"라며 인수위원회 없이 국정을 꾸려가는 와중에 국회의 추경 통과가 절박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제는 추경에 반대하는 정파나 국민은 거의 없다. 야당도 대놓고 반대하지 않는다. 그만큼 나라경제가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가재정이 어렵지만 경제난 극복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추경을 하기로 한 이상 속도를 내야 한다. 재정 투입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추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가뭄에는 단비가 빨리 내려야 한다. 추경 규모와 용처를 정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돈을 메마른 땅에 비 뿌리듯 실제로 뿌려야 내수시장에 온기가 감돌 수 있다. 아무리 짜임새 있게 추경 재원을 구성했더라도 투입시기가 경기가 완전히 꺾여버린 뒤라면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경제회복을 위한 효용성은 떨어지고 재정만 악화되는 결과를 부를 뿐이다.

최근 우리 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시장 심리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추경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식시장에 선반영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추경 집행이 늦어지면 모처럼 불붙은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거나 거품론을 야기할 수 있다.

이처럼 집행시기가 중요한 추경이 마지막에 와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민생 살리기를 외치는 여야가 내수시장의 불쏘시개가 될 추경을 붙들고 발목을 잡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는 이미 1차 추경을 놓고 실기를 한 적이 있다. 지난해부터 추경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1차 추경 집행에 수개월이 걸렸다. 이번 30조5000억원 규모의 추경도 전과 같은 전철을 밟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하루빨리 국회 본회의를 열어 추경을 통과시켜야 한다. 그래야 할 정치권이 주춤거리고 있으니 국민들은 속이 탄다. 혐오와 반목의 정치가 새 정부 들어서도 여전하다. 협치의 모습이 전혀 안 보인다. 여러 입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격화된 가운데 법제사법위원장, 기획재정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원장 재배분을 놓고 싸우고 있다. 여기에 추경이 볼모로 잡힌 격이다.

추경에 대한 원칙적 합의는 이미 여야 사이에 이뤄졌다. 추경이 특정 정당의 몽니 때문에 지연되고 있다고 비난할 순 없다. 정권교체기에 여당과 야당이 바뀐 상황에서 상호 견제는 정당하고도 필요한 정치행위다. 야당이 과도한 상임위원장 재배치를 요구하는 탓에 추경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식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쨌든 추경 집행을 위해 속히 타협해야 한다.

과거에도 여야 간 충돌과 대치국면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타협과 양보로 협치의 물꼬를 텄던 정치풍토가 있었다. 요즘 여의도 정치문화에서는 협치를 통해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던 격조도 실력도 찾아보기 힘들다.

추경을 다른 이슈들과 별도로 분리해 우선 처리하는 등 다각도의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텐데도 요지부동이다.
구체적인 해법 없이 입으로만 민생을 강조하는 구태는 이제 버려야 한다.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다.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생각해서라도 여야는 한발씩 양보해서 추경 문제를 풀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