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천가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신축 열풍에 전세 매물 거의 없어
소유권이전 前 대출금지까지 겹쳐
공급 줄고 전셋값 급등 가능성도
#1. "전세 들어오고 싶어하는 분들은 꽤 있어요. 우리도 당연히 계약을 하고 싶은데 드릴 매물이 없네요."(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공인중개사 A씨)
#2. "소형 평수는 전세 매물이 0개입니다. 매물이 워낙 없어서 가능한 금액대와 이사 날짜까지 예약을 걸어 놔야 연락을 드리는 구조예요."(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인근 공인중개사 B씨)
■"전세 귀해요" 줄 서는 예비 세입자들
29일 서울 강동·송파·동작구에서 만난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지난해 말 입주를 시작한 올림픽파크포레온(1만2032가구)에 대해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만, 한번 들어온 세입자들이 웬만하면 이사를 안 나가는 분위기"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서 '2+2년'을 다 산다면 앞으로 4년 동안 매물이 많이 안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인근의 또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월세는 가끔 나와도 전세는 아예 없다"며 "포털이나 플랫폼에 검색하면 매물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 미끼 매물로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강동구의 현재 전세 매물은 810건으로 1년 전(3625건) 대비 77.7%, 3개월 전(2513건) 대비 67.8% 감소했다.
2018년 준공돼 입주장 여파와는 관련이 없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B씨는 "전세 문의가 많지만 매물은 월세 위주로 나오고 있다"며 "너무 귀해 줄을 서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1년 전 3006건이었던 송파구의 전세 매물은 현재 1381건으로 54.1% 줄어들었다.
지난 28일부터 시행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도 세입자에게는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세대출이 필요한 세입자의 경우 선택의 폭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전세 공급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대출까지 막히면 실수요자들은 월세 전환 외에 대안이 없다"며 "유동성이 줄어들면 매물 부족으로 전셋값이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가을철 이사 수요 어쩌나
학군 수요가 폭발적으로 몰리는 양천구 목동과 신정동에서도 우려가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는 "여기는 학교 입학 배정에 '거주 사실 조사'가 민감한 문제여서, 전세도 월세도 매물이 나오는 즉시 빠진다"며 "이제 곧 내년 새학기 수요가 몰려올 텐데 공급이 수요를 받쳐주지 못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도 올가을 전세대란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 입주물량은 1만4043가구로 올 상반기(1만7641가구)보다 20.4%, 지난해 하반기(1만9830가구)보다 29.1% 줄어든 수준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입주 물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임대차2법(계약갱신요구권·전월세상한제)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추석 전후 결혼 시즌과 내년 학기를 준비하는 이사 수요가 맞닥뜨려 전세대란이 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간 아파트 전세 수요를 대체했던 빌라(연립·다세대주택)가 전세사기 사태의 후폭풍을 맞은 것도 아파트 매물 감소의 한 배경으로 꼽힌다.
ming@fnnews.com 전민경 최아영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