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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북극항로, 무역대국 한국의 '젖줄'로 키워야

'북극항로TF' 출범, 특별법 상정도
조선·무역 등 관련산업들 협력 필요

[fn사설] 북극항로, 무역대국 한국의 '젖줄'로 키워야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북극항로 TF(태스크포스) 킥오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북극항로 개발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주 북극항로 개발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북극항로 상업화와 조선·에너지 등과 연계한 발전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범정부 북극항로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북극항로 개척 및 활성화 지원 특별법도 국회에 상정됐다. 해수부의 부산 이전도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가 어느 정부보다 북극항로 개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실질적인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북극항로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해상 실크로드다. 기후변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항로가 열리고 있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화물선이 유럽 최대 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까지 가는 데 수에즈운하가 아닌 북극항로를 통과하면 운항거리는 최대 40%, 운송기간은 10일 이상, 운송비용은 25%까지 줄일 수 있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요국들이 경쟁적으로 북극항로와 북극해 개발에 나서는 이유도 북극의 풍부한 자원과 항로의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중국은 북극항로를 '빙상 실크로드'로 부르며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고, 일본은 올 하반기에 전용 쇄빙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미국은 알래스카를 거점으로 북극자원 개발과 항로를 선점하기 위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고까지 했다.

과거 정부들은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북극해까지 가스·전력·항로·철도 등의 인프라 개발을 확장하는 북방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 2013년 북극 종합정책 추진계획을 마련하고, 5년 후 북극활동 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간 경제협력, 북극항로 개척과 가스·철도 등을 러시아 등과 연결하는 '신북방 정책'을 앞세웠다. 국제 정세에 따라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다.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 북극항로를 지나는 시범운항을 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러시아 북극해 가스전 야말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0여척을 건조했다. 이 쇄빙선은 현재 북극항로에서 운항 중이다.

북극해와 북극항로의 전략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희토류 자원이 있다. 북극항로는 러시아 사할린과 일본 홋카이도 사이의 라페루즈해협을 통과해 동해를 거쳐 부산으로 이어진다. 항로가 열리면 부산항이 거점항만이 될 것이다. 에너지 수입 의존국이자 세계 10위권 무역대국인 한국 입장에서 북극해와 북극항로 개발은 국익과 안보를 확보하는 미래의 '젖줄'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이뤄질 일이 아니다. 협력 파트너인 러시아의 전쟁 등 불확실성도 큰 상황이다. 장밋빛 전망을 앞세우기보다 체계적인 추진계획과 준비로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


자원과 항로 개발에는 조선·해운·무역금융 등 여러 산업과 인프라 협력이 필요하다. 북극항로 시대가 본격화하기 앞서 부산항만 개발과 전후방 산업의 체계적 투자로 우리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 북극항로 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북극해 관련국과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