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값 안정'을 명분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에 나섰지만, 핵심 쟁점인 '양곡 가격안정제'가 정작 험난한 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격안정제는 쌀값이 평년보다 떨어질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농민에게 보전해주는 제도다. 농가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1일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총 6건이다. 핵심 내용은 두 가지다. 하나는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반드시 사들이는 '의무매입제', 또 하나는 평년보다 쌀값이 낮아질 경우 차액을 보전하는 '가격안정제'다.
정부는 의무매입제에 대해선 일정 부분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농식품부는 쌀 재배면적을 8만㏊ 줄이는 내용의 '쌀산업 구조개혁 대책'을 발표했고, 이를 유도하기 위해 공공비축미 배정 등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쌀 대신 콩·가루쌀 등 전략작물을 재배하면 ㏊당 최대 430만원의 직불금을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제'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쌀이 남지 않게 '사전 조절'함으로써 정부의 의무매입 부담 자체를 줄이려는 전략이다.
반면 가격안정제는 사정이 다르다. 이 제도는 2020년 도입된 '공익직불제'와 성격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공익직불제는 농업인의 친환경 농법 등 공익적 활동에 대해 포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지만, 가격안정제는 과거 '변동직불제'와 유사한 형태다. 변동직불제는 쌀 가격이 일정 목표 이하로 내려갈 경우 그 차액을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으로, 2016년에는 1조4898억원, 2019년에도 2336억원이 투입될 만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됐다.
정부는 변동직불제에서 공익직불제로 제도를 전환한 배경에 대해 "특정 품목(쌀)에 지나치게 재원이 집중되고, 대농 위주로 혜택이 쏠리며 쌀 과잉 생산을 유발한 점을 보완하려 했다"며 가격안정제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국회에서 발의된 6개 법안도 가격안정제의 '실시 방식'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윤준병 의원안은 원칙적으로 정부 재량 시행이지만, 초과생산 발생 시 의무 시행을 조건으로 걸었고, 어기구 위원장안은 재량에 맡겼다. 반면 송옥주·이원택·박수현 의원은 의무적 시행을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이다. 아예 가격안정제를 뺀 문대림 의원은 '농안법' 개정으로 농산물 가격보장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결국 이 쟁점은 재정 당국의 판단과 국회 논의 과정에 따라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농해수위 최용훈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제출한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가격안정제는 변동직불제와 구조가 유사하고, 재정 소요 규모는 기준가격과 차액지급비율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매년 의무적 시행이냐,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재량 시행이냐 논의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강조해온 '식량주권'과 '농가 소득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선, 결국 재정적 지속 가능성과 제도 정합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편 농식품부는 국회에 발의된 양곡법 개정안을 토대로 세부안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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