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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하게 로비했지만 AI 규제 금지안 부결, 빅테크 패배 쓴잔 마셨다

실리콘밸리 빅테크, 美 주 정부 AI 규제 금지 강력하게 로비
美 상원, 주 정부가 10년간 AI 규제 못하도록 한 조항 삭제
AI 규제망 빠져나가려고 한 빅테크 미션 실패
美 주정부 차원 AI 규제 입법 급물살 탈 전망


강력하게 로비했지만 AI 규제 금지안 부결, 빅테크 패배 쓴잔 마셨다
미국 상원이 AI 규제를 막는 취지의 조항을 압도적으로 반대하며 이를 법안에서 삭제시켰다. 이미지=챗GPT '이미지 젠' 생성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빅 테크들이 강하게 로비를 벌였던 인공지능(AI) 규제 금지 조항이 미국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 상원이 미국의 주 정부가 향후 10년동안 AI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을 통과시키지 않은 것이다. 이 조항을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실리콘밸리 빅 테크와 AI 기업들은 패배의 쓴 잔을 마시게 됐다.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아주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명명한 감세 법안이 미 상원에서 통과된 가운데 이 법안에 포함됐던 주정부의 AI 규제 10년간 금지 조항은 삭제됐다.

이 조항은 각 주 정부가 AI에 대한 안전성, 투명성, 데이터 보호 등 규제를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 규제를 강화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의 혁신을 저해하고 AI 산업이 중국에 뒤처질 수 있도록 하는 일관성 없는 각 주별 규제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이 조항의 취지다. 하지만 미 상원 의원 100명 중 99명이 해당 조항 삭제에 압도적으로 동의하며 이를 저지했다.

주 정부의 AI 규제 금지 조항은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 등 빅 테크와 오픈AI 등이 주별 AI 규제 난립 방지를 이유로 강력히 요구해 왔다. 각 주들이 빠르게 발전하는 AI를 규제하고 감독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대로 미 정치권은 AI의 빠른 발전과 AI의 강력한 영향력으로 사회·경제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 정부가 AI에 대한 규제를 못하게 하는 조항에 대해 불안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공감대는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에서 형성됐다. 미 정치권의 이같은 단합은 미 연방 정부 차원에서 현재까지 AI의 안전성 등에 대한 규제 법안도 통과되지 않은 점도 작용했다.

AI 규제 금지 조항은 삭제됐지만 막판 까지 빅 테크와 AI 기업들은 일말의 기대를 놓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AI·가상자산 정책을 총괄하는 데이비드 색스와 일부 관료가 AI 규제 금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빅테크와 AI 기업들의 편에 선 하워드 루트닉 상무무 장관이 대표적이다. 루트닉 장관은 "AI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투자와 혁신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 정부의 AI 규제가 필요하다면 향후 5년 동안만 이를 중지하자는 타협안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주 정부가 향후 10년간 AI 규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삭제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맥스 테그마크 MIT 교수는 "빅 테크들의 권력 장악 시도가 압도적으로 거부된 것은 AI 기업들의 무분별한 활동에 대한 반감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테크마크 교수는 이어 "실리콘밸리의 AI 기업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AI 시스템을 통제할 수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주 정부로부터 감독을 받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상원의 표결로 앞으로 주 정부차원의 AI 규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뉴욕 주 의원들은 대형 AI 기업들이 안전·보안 보고서를 공개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 등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뉴욕 주지사가 서명하면 즉시 발효된다.

강력하게 로비했지만 AI 규제 금지안 부결, 빅테크 패배 쓴잔 마셨다
사실상 전무했던 미국 주정부의 AI 규제가 활성화될 전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