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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 기조에 재정건전성 ‘경고등’…"세입 확충계획·의무지출 구조조정 필요"

전문가 "코인 등 세원 발굴해 과세"
인구 변화 고려한 재정 관리 있어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 확장 재정 기조를 보이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나랏돈 지출은 늘리면서도 증세 방안에 대해선 뚜렷하게 입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 상황에서 당장 증세가 어렵다면 향후 세입 확충 계획, 의무지출 구조조정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봤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구윤철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첫 기자간담회에서 "예산에 대해서 확장이냐 긴축이냐는 부분에 대해선 본질적인 내용을 보지 않는 측면이라고 생각한다"며 "예산 또는 재정은 성과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증세와 관련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세금을 올리는 게 쉽지 않다. 파이가 커져서 자연스럽게 세금이 많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 후보자의 발언은 세목 또는 세율을 늘려 세입을 확대하는 방법보다는 경제 성장을 통해 들어오는 세금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공약인 재정 성과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난다. 단순 예산 및 결산 중심에서 벗어나 재정의 성과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재정운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상일 미래재정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증세 없이 재정이 늘어날 순 없다"며 "코인 등 새로운 세원을 발굴해 과세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과세·면세·세액감면·세액공제 등 조세감면을 줄이는 방안이 있을 수 있지만 쉽지 않다. 조세감면 대상에 수출 기업이나 저소득층 등이 있기 때문"이라며 "조세감면은 일몰제로 운영되지만 매번 연장되는 이유다. 이해관계자들이 많이 얽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세수 결손 상황에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억제하기 위해 증세 대신 기존 세출 예산을 조정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실시해 왔다. 추가적으로 써야 할 돈을 만들기 위해 씀씀이를 줄이는 개념이다. 이에 기재부는 재정사업 전반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재점검해 유사·중복 사업은 통폐합하고, 집행 방식과 사업 규모를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일각에선 기재부가 주로 사업의 지출 시기를 조정하거나 불용·이월이 예상되는 사업비를 감액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재정 전문가들은 지출 구조조정만으로는 향후 국가 재정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지출 구조조정은 국채 발행 등 추가적인 재정부담 없이 기존 예산을 활용하지만, 기존 사업비 감액에 따른 임의적인 사업 축소 등 단기적 예산 '쥐어짜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분야별 예산 배분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의무지출 부담이 커지는 보건복지·고용 분야에서 인구구조 변화를 고려한 합리적인 재정 관리가 단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당장 증세가 어렵다는 점은 동의한다. 다만 2년 정도 시차를 두고 기재부가 세입 확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재정 관리는 결국 증세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복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기초연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의무지출에 큰 영향을 주는 부분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