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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무기화된 트럼프의 예측 불가성에 韓, 체계적 대비 필요하다 [fn기고]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2기에도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심화하는 혼선과 예측 불가성  
 -이란과 우크라이나, 한·일, 유럽 사례… 레버리지 신장 전략적 의도
 -톱-다운 접근법, MAGA 인사 중심성 등 '예측 불가성' 도구화 관측 평가  
 -담판 종료 이후에도 예측 불가성 지속, 미일협상 상황이 단적인 사례  
 -나토, GDP 대비 국방비 5% 증액도 안심할 수 없어, 동맹관리에 고려해야  
 -관세·안보 협상 등 담판 압둔 韓, 트럼프의 협상 공식 간파해야 국익사수  
 -협상 이전 예측 불가성은 타결 당일까지 상대국의 노력 소진, 협상력 약화 유도  
 -다양한 시나리오 촘촘히 세우고 협상 종료 이후에도 재협상 대비 전략 세워야  
 -후속 담판 아이템 등 체계적 대비는 협상력 제고·한미동맹 결속력 유지에 중요  

[파이낸셜뉴스]
협상 무기화된 트럼프의 예측 불가성에 韓, 체계적 대비 필요하다 [fn기고]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1기 행정부와 2기 행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측 불가성이다. 트럼프 1기 당시에도 예측이 어려운 정책 부상과 SNS를 통한 메시지로 수많은 난제가 부상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1기에서 이미 경험을 했기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혼선이나 예측 불가성이 완화될 것이란 시각도 많았다.

실제로도 그럴까? 현실을 보면 그 반대로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예측 불가성이 더 심화되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에게 ‘2주’라는 시간을 주겠다고 했지만 불과 2일 후에 전략폭격기를 보내 핵시설을 타격했다. 일종의 작전교란을 통해서 타격효과를 극대화한 것인데 이는 예측 불가성을 무기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광물협정을 체결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지만 지난 7월 1일 미 국방부가 무기 재고 부족을 이유로 미사일 등 일부 무기 수송을 중단한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이는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뿐 아니라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유럽에게도 예측 불가성을 높여주는 사례다. 나아가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한국, 일본 방문이 명확한 이유 없이 취소되기도 했다. 관세협상, 양자회담 등을 앞두고 예측 불가성을 활용해 협상 레버리지를 끌어 올리려는 의도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예측 불가성을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측 불가성과 정책 전문성에서 전자에 치우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톱-다운 접근법, MAGA 인사 중심성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간단히 말해 MAGA 목표 달성을 위해 예측 불가성을 도구화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셈법이 작용한 것이라 평가된다.

이런 예측 불가성은 당면한 양자담판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일협상 상황이 단적인 예다. 지난 2월 7일 트럼프-이시바 정상회담 후 치밀한 준비로 일본이 많은 것을 챙긴 성공적인 회담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되지 않은 현재 트럼프는 동맹국 일본을 항해 “버릇이 없다”며 통상 외교적 용어가 아닌 극단적인 메시지로 공세를 가하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나토도 GDP 대비 국방비 5% 증액을 확약했지만 이것으로 동맹 불신이 일단락된 것으로 안심하는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성 고려한다면 안심하는 자세는 동맹관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양자협상 공식을 간파하는 것은 국익 사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국은 당장 관세협상뿐 아니라 안보전선에서의 다양한 의제도 담판을 해야할 시기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예측 불가성으로 점철된다는 의미는 두 가지 차원의 대비를 주문한다. 첫째, 협상 이전의 예측 불가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을 앞두고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서 예측 불가성을 도구화한다. 이는 상대국이 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소진하는 과정에 협상력이 약화되는 것을 유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예측 불가성은 협상 D-day 당일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예측 불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촘촘히 만들어두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둘째, 협상 이후의 예측 불가성이다. 협상 종료 후에는 예측이 가능한 안정적인 국면으로 진행될 것이란 기대는 경계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트럼프 행정부를 대상으로 한 번의 협상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는 전략적 사고가 아니란 의미다. 따라서 후속 담판에서 활용할 수 있는 레버리지 아이템을 일부 남겨두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성을 간파하여 체계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한국의 협상력 제고와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 모두에 중요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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