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찾는 '베블런 효과'+작은 사치 '립스틱 효과'
포시즌스호텔서울이 출시한 '제주 애플 망고 빙수'. 포시즌스호텔 제공
연도별 서울신라호텔 애플망고 빙수 가격과 최저시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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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
2020년 |
2021년 |
2022년 |
2023년 |
2024년 |
2025년 |
가격 |
5만4000원 |
5만9000원 |
6만4000원 |
8만3000원 |
9만8000원 |
10만2000원 |
11만원 |
최저시급 |
8350원 |
8590원 |
8720원 |
9160원 |
9620원 |
9860원 |
1만30원 |
비고 |
6.47시간 |
6.87시간 |
7.34시간 |
9.06시간 |
10.19시간 |
10.34시간 |
10.97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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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여름을 앞두고 호텔업계가 제철 과일 등을 사용한 최고가 빙수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다. 올해 최고가 빙수의 원조격인 서울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11만원이다. 올해 최저시급(1만30원)을 기준으로 약 11시간을 일해야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고급 호텔들이 경쟁적으로 프리미엄 빙수를 선보이면서 올해 최고가 빙수는 한 그릇에 15만원에 달한다.
시급보다 빨리 오른 애망빙 빙수 가격
6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초고가 빙수 열풍의 원조 격인 서울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2011년 2만7000원의 가격으로 첫 출시됐다. 2011년의 최저시급은 4320원으로 당시만 해도 신라호텔 '애망빙'은 약 6시간을 일하면 먹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신라호텔 애망빙은 SNS 인증샷 문화와 함께 유행을 타기 시작했고, 유튜브 먹방 콘텐츠 등과 함께 더 빠르게 퍼졌다. 또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부동산, 주식, 가상자산 등이 오르고 '욜로(YOU ONLY LIVE ONCE)' 문화가 유행하면서 일반에도 확산됐다. 부자들이 호텔에서 즐기는 다른 세상 제품이 아닌 용돈을 모아 한 번쯤 사치를 부리는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런 유행과 더불어 신라호텔 애망빙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2021년에는 6만4000원으로 최저시급 기준 7시간, 2022년에는 8만3000원으로 9시간으로 가격이 올랐다. 2023년 처음으로 최저시급 기준 10시간(9만8000원)을 돌파한 후 올해는 약 11시간(11만원)을 일해야 애망빙 1그릇을 먹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호텔 빙수는 단순한 기호 식품이 아닌 '사치제', '과시제'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 '립스틱'처럼 작은 사치품이 유행하는 현상과 애망빙 열풍이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택, 차, 명품백 등 고가 제품을 사기 어려운 소비층이 작은 사치를 부리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호텔 빙수는 일종의 명품 가방, 오마카세처럼 소비자의 '과시성'을 나타내는 상품"이라며 "경제가 어려워 명품백을 사기 어려워도 호텔 빙수 한 그릇을 먹고 SNS에 자랑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최고가 빙수는 15만원
실제로 올해 각 호텔들은 경쟁적으로 초고가 빙수를 출시하고 있다. 올해 최고가 빙수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벨에포크 샴페인 빙수’다. 프랑스 샴페인 브랜드 ‘페리에 주에’와 협업해 출시한 제품이다. 벨에포크 샴페인을 얼려서 슬러시 형태(샴페인 그라니타)로 만든 빙수로 1그릇에 15만원이다.
올해 최저시급으로 15시간, 이틀을 일해야 먹을 수 있는 가격이다.
또 포시즌스호텔 서울의 제주 애플망고 빙수는 14만9000원, 롯데호텔 서울의 애플망고 빙수는 11만원, 파라다이스시티 애플망고 빙수는 9만8000원이다.
이 교수는"호텔 빙수들은 가격이 상승할 수록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런 효과'에 따라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며 "과거와 달리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고,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쉬워지면서 호텔 빙수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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