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문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폴란드에서 이번 현대로템 수출 2차계약 규모만 65억달러(약 8조8000억원)이다. 1차계약에서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이 10~20% 참여한 것처럼 한국의 시중은행이 들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식과 규모 측면에서 아직 한국 은행들에게 경험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신중하게 검토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유럽신한은행 하지현 법인장은 8일 유럽에서 미래먹거리를 찾아나선 한국 은행의 '현주소'를 이 같이 진단했다. 폴란드를 시작으로 루마니아와 헝가리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방위비 예산 증액을 검토 중인 대다수의 동유럽권 국가들이 한국 방산기업을 찾고 있다.
하지현 법인장은 "K-방산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이미 인정받고 있다"면서 "해당 국가들이 제대로 파이낸싱을 일으키고, 지급할 능력만 있다면 방산 관련 희소식은 꾸준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방산과 이차전지, 가전이 동유럽에 진출 한국 은행들의 미래 수익원이 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방산업계가 가장 호황"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루마니아는 이미 계약을 했고 낭보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며 "문제는 이차전지인데 이미 시작된 이른바 캐즘인 지, 중국업체와의 기술 및 가격 경쟁에서 밀린 것인 지는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실제 헝가리와 폴란드에 진출한 한국계 이차전지업체들은 전기차 수요의 일시 정체에 따른 생산량 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하 법인장은 "대기업들은 캐즘이 해소될 시점까지 버틸 체력(자금력)이 있다"며 "예를 들어 공장의 4개 라인 중 1개만 돌리면서 버티면 언제가 다가올 시장을 독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협력·하청업체가 문제다. 이미 철수를 결정한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다음 수준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설비자금 운용을 알아보고 있다. 금융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우 전쟁 이후 재건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건설·부동산업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 법인장은 "예상보다 더 길어지는 전쟁에 현지 분위기가 한층 가라앉은 것이 사실"이라며 "한때 조기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며 현지 분위기가 뜨거웠던 시기도 있었지만, 전쟁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금융권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고, 1200조 시장이 열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전쟁 기간 중 한국의 직접 지원이 제한적 일 수 밖에 없었던 만큼, 추후 재건사업에서 한국의 기업들이 얼마나 참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국 금융이 한 층 더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세계은행(WB)이나 유럽연합(EU)이 지급을 보증하는 사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실제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의 국가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채무불이행)'인 'SD'로 강등했다. 앞서 피치도 'CC'에서 'C'로 낮췄다.
사실상 국가가 발주한 사업에서도 돈을 떼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하 법인장은 "방산과 재건 모두 20~30년 앞을 보고 진행하는 파이낸싱"이라며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이런 사업에 참여해 장기 리스크를 분산시키면서도 수익을 얻는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제 한국 금융도 노하우를 쌓아야 할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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