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서 건설부동산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하나둘 가시화되면서 또다시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모두 '집'을 비싸게 팔거나 싸게 사고 싶은 사람들 간의 치열한 눈치싸움이다.
한국인에게 집이란 뭘까. 가족의 쉼터이자 커뮤니티의 기반인 동시에 자산이고, 또 사회적 지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되곤 한다. 집을 가지면 내쫓길 염려 없이 한 곳에 정착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과연 한 번이라도 온전히 사는(living in) 공간이었던 적이 있었을까. 집을 살 때는 '나의 것'이라는 애착을 덧씌워 '내 집 마련'이라고 말한다. 사는(buying)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집을 소유하는 건 옷가지 하나를 사서 몸에 걸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비용이 수반된다. 일단 법적으로 소유하기까지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은 물론 중개수수료와 취득세, 등기비용까지 적잖은 돈이 필요하다. 대출을 낀 경우에는 매달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소유하는 동안에도 재산세와 관리비, 보험료, 각종 수리비 등 고정 지출이 이어진다.
임차인을 들이는 경우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팔 때나 가족에게 줄 때도 세금을 낸다. 이렇게 끊임없이 돈과 관련된 번뇌에 휩싸일 줄 알았다면 애초에 사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도 생길 법하다. 내가 소유한 건지, 집이 나를 삼킨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반면 '세 들어 산다'는 말에는 자의든 타의든 묘한 수치심이 배어 있다. 아직 내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전월세를 살면 '주거 사다리'에 올라탔다고 한다.
그 사다리의 정상에는 '내 집', 특히 남들이 다 알아주는 입지에 유명 브랜드가 새겨진 '아파트'가 자리한다. 유행을 선도하는 프리미엄·하이엔드 아파트와 신축, 화려하게 부활할 재건축 단지들이 주요 선망의 대상이다.
사는 동안에는 시세를 두고 경쟁한다. 집값이 오르거나 떨어지는 동향에 따라 주민의 자존심도 함께 오르락내리락한다. 생애 주기에 따라 사용 가치도 변하는 만큼 예기치 않게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도 맞닥뜨린다. 그 과정에서 '집의 의미'나 '공간의 철학' 같은 말들은 금세 설 자리를 잃는다.
집을 사는 것은 여전히 각자의 선택이다.
다만 집의 소유 여부로 세상의 위계를 나누려는 의도와 행위는 사회적 갈등의 씨앗이 된다. 나아가 소유하지 않으면 더 고되고 힘들 거라는 압박, 그래서 빨리 사야 한다는 불안을 확산시키는 시장 구조는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든다. 모두의 불안을 안고 올라탄 이 소유의 사다리 위에서, 우리는 정말 행복한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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