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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하라면서 소비쿠폰 제외?"… 식품·유통업계 불만 확산

업계 "소비시장 살리기 기조 공감"
정부 ‘가공식품 할인 요구’에 동참
물가안정 도움 될지는 의문 표해
대형마트 쿠폰 제외 "역차별" 푸념

"할인하라면서 소비쿠폰 제외?"… 식품·유통업계 불만 확산
지난 7일 서울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에 농심 제품의 가격 할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 초기 휴가철 가공식품 할인행사 요구 등 '압박성' 물가 안정 정책에 나서면서 식품·유통업계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식품업계는 매년 여름마다 가공식품 할인 행사를 해온 만큼 '경영상 리스크는 없다'면서도 물가 상승 요인을 식품업계로 전가하는 정책 기조에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유통업계는 정부가 할인 행사를 대형마트 중심으로 요청하면서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소비 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휴가철인 7~8월에 식품업계와 유통업계를 상대로 가공식품 할인 행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일 식품·유통기업들과 간담회에서 여름 휴가철 가공식품 할인 행사를 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할인 품목은 라면, 빵, 아이스크림, 주스 등 여름철에 소비가 많은 제품들이다.

A식품사 관계자는 "여름 할인 행사는 올해 처음이 아니라 매년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소비자 부담을 덜고 물가 안정 기조에 수긍한다는 취지로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B식품사 관계자는 "정부가 침체된 소비 진작에 나서고 있는 만큼 기업 차원에서 조금 더 판촉 행사를 하며 소비 심리 살리기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반면, 물가 상승 요인을 식품업계 탓으로만 돌리는 듯한 정책 기조에 대해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식품 외에도 통신, 전기, 교통 등 생활에 필수적인 비용이 상승하고 있지만 가공식품 물가잡기에만 매몰돼 있다는 것이다.

C식품사 관계자는 "여름철 일부 식품 가격의 인하가 산업 전반의 물가 안정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D식품사 관계자는 "정권 초기 물가 안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자재값 인상으로 부담이 큰 상황이라 시장 자율에 맡겼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정부 주도의 이번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대형 유통업계는 민생회복 소비 쿠폰 사용처 제외와 맞물려 '역차별'이라는 입장도 나온다. 오는 21일부터 국민 1인당 15만~45만원씩 지원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은 전통시장, 동네마트, 편의점 등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 대형마트·백화점·면세점·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은 제외된다.


한 유통사 관계자는 "소비 쿠폰은 대형마트, SSM에서 사용할 수 없는데 정부가 요구한 할인 행사에 동참하라고 하니 업계 불만이 많다"며 "책임있는 자세만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유통사 관계자도 "물가 안정을 위해 다양한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며 "다만, 소비 쿠폰 사용처에서 제외해 고객들이 얼마나 올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푸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SSM의 제품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나 일부 소상공인이 납품하는 만큼 대기업 프레임에서 벗어나 소비쿠폰 사용을 허용하는게 내수회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