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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 품목 빼고, 미국산 수입 확대… 협상 속도내는 지구촌 [트럼프 '관세 폭탄' 서한 통보]

10% 기본관세 유지 제안한 EU
항공기·주류 뺀 '부분 타결' 진행
인니, 관세 피하려 밀 수입 불사
태국, 무역개방으로 양보안 제시

민감 품목 빼고, 미국산 수입 확대… 협상 속도내는 지구촌 [트럼프 '관세 폭탄' 서한 통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상호 관세율을 명시한 서한을 발송한 가운데, 서한을 받아든 국가와 협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국가의 대응이 각각 분주해졌다. 이 국가들은 미국산 상품의 관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보잉 여객기, 농산품 등 미국산 제품의 대량 구매를 제의하면서 협상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날 통보를 받은 태국 등 6개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 측에 중국산 제품이 자국산으로 '둔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산지 표시 강화 등 중국산의 환적 등에 각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EU,'항공기·주류 예외 인정' 제안

미국은 그간 수차례 경고를 내려온 유럽연합(EU)에 대해선 별도의 서한을 발송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EU가 트럼프 정부에 10%의 기본관세를 유지하되 일부 상품군을 예외로 해달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3대 경제체의 한 곳인 EU는 미국에 부분 타결을 제의하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올로프 길 EU 무역담당 대변인은 "전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좋은 의견을 나눴다"면서 "우리는 이제 최소한 원칙적인 수준의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EU는 미국에 일부 민감한 분야(항공기·와인 등)에 대한 예외를 두고 모든 EU 상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유지하는 협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또 EU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알루미늄에 부과된 품목관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협상 최대 쟁점 된 농업

이날 인도 매체 NDTV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에 대해 유전자변형작물(GMO)에 대한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으며, 농업 및 유제품 부문에 대한 시장 접근성 확대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측은 자국 농민의 생계와 식품 안전 문제를 이유로 해당 부문의 협상에 보수적인 입장이다.

인도의 농업은 14억 인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인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주요 산업이기 때문에 값싼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확대될 경우 현지 가격이 하락하고, 이는 정부에 대한 정치적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인도가 미국에 농업 시장을 개방할 경우 다른 무역 파트너에게도 유사한 양보를 해야 할 가능성이 있어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분석한다.

■인도네시아, 미국산 농산물 수입 불사

반면 인도네시아는 향후 5년간 총 약 1조7000억원어치의 미국산 밀을 수입하기로 했다.

프란시스쿠스 웰리랑 인도네시아 제분업협회 회장은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100만t의 미국산 밀을 구매하기로 미국밀협회와 이미 합의했다"며 "7일 서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관세 협상이라는 맥락에서 양국의 민간 기업이 함께 자발적으로 협력해 합의를 도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장관도 "미국의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국, 대폭 양보한 제안 내놔

한편 태국은 10% 상호관세율을 목표로 하되 20%까지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태국은 대미 무역흑자를 5년 내 70% 줄이고 7~8년 내 무역균형을 맞추기 위해 미국산 농산물과 에탄, 액화천연가스(LNG), 보잉사의 여객기 80대 등을 구매하겠다고 통 큰 제안을 하기도 했다. 태국은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차단을 위한 원산지 관리 강화 등도 함께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6일 피차이 춘하바지라 재무장관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최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