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유설비 폐쇄·수출 규제 여파
국내 정유사 정제마진 배럴당 10달러 돌파
IEA "올해 정유 투자 10년 내 최저"
미국 일리노이주 졸리엣에 위치한 정유시설. 연합뉴스
글로벌 정유설비 폐쇄 규모 |
(하루당배럴(b/d)) |
구분 |
내용 |
미국·유럽 정제설비 폐쇄(추정치) |
130만 |
미국 정제설비 폐쇄 예정(추정치) |
54만7000 |
중국 다롄 정유소 설비 폐쇄 |
20만 |
중국 중소독립 정유사 설비 폐쇄 |
23개 설비(3180만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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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투자증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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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유럽, 중국이 잇따라 정제설비를 폐쇄하고 석유제품 수출을 줄이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의 두 배 수준까지 상승했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글로벌 공급 축소 기조가 이어질 경우 실적 반등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하루 평균 휘발유 수출량은 75만7000배럴로, 지난해(81만배럴) 대비 크게 줄었다. 특히 지난 4월 수출량은 하루 63만배럴로, 지난 202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내 54만7000배럴 규모(전체 정제 능력의 약 3%)의 정제설비 폐쇄와 내수 수요 증가에 따른 수출 조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글로벌 정유 공급 감소는 곧 정제마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정유사의 정제마진은 배럴당 10달러 안팎까지 올라 손익분기점(4~5달러)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판매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용을 뺀 값으로 마진 상승은 곧 수익성 개선을 뜻한다.
특히 지난 5월 한국의 대미 석유제품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며 회복세를 보였다. 국내 정유사들의 정제설비 가동률도 9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발표한 '2025년 세계 에너지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정유 설비 투자는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하루 130만배럴 규모의 정유 설비가 연내 폐쇄될 예정으로 공급 축소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정유설비 구조조정과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하루 2000만배럴로 정제능력을 제한하고 하루 20만배럴 미만의 소형 설비에 대해서는 신·증설을 금지했다. 산둥성 내 중소 정유사 23곳(연간 약 3180만t 규모)은 이미 폐쇄에 들어갔다.
세제 혜택 축소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저품질 연료유(SRFO)에 대한 소비세 환급률은 기존 100%에서 40%로 줄었고, 수입관세는 1%에서 3%로 인상됐다. 이에 따라 산둥성의 연료유 수입 비중은 지난 1월 44%에서 3월 16.6%로 급감했다. 또 지난해 12월부터 정제품 수출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률이 13%에서 9%로 낮아지며 중국산 석유제품에는 배럴당 약 3달러의 세금 부담이 추가됐다.
이 같은 조치의 영향으로 중국의 올해 1·4분기 정유제품 수출량은 751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3% 급감했다.
연초 발행된 4500만t 규모의 수출 쿼터 가운데 1·4분기 소진율은 16.7%에 그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모두 정제설비를 축소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글로벌 공급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IEA는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평균 72만 배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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