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美中 회담 장소로 건의
당·서역 유물 전시된 최적의 장소
각국 정상에 선보일 전시도 채비
1500년 역사 신라금관 6점 한자리
불국사에선 배우자 친교 행사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K컬처'의 정수를 글로벌 정상과 기업인들에게 선보이는 역사적인 행사가 될 전망이다. 천년을 넘긴 신라 보물들이 보관된 경주박물관 내 신축 연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또한 서울, 경주 등 전국 박물관에 분산돼 보관됐던 1500년 역사의 신라시대 금관 6점은 사상 처음으로 경주박물관에 한꺼번에 전시돼 각국 정상 및 전 세계 경영자들을 맞이한다. 황금 마니아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 등 정상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보인다.
8일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에 따르면 K컬처의 역사를 전 세계 정상들에게 알릴 경주 APEC 주요 행사장은 대부분 95% 이상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다. 정상회의장(경주화백컨벤션센터)은 리모델링과 첨단장비 설치까지 거의 완료됐다. 정상 배우자들 행사장(불국사, 우양미술관), 만찬장(라한셀렉트 경주), 최고경영자(CEO) 서밋 행사장(경주예술의전당), 국제미디어센터 등도 98~99%의 공정률로 마무리 단계에 있다. 내부 마무리 작업 및 리허설만 남은 상태다.
■신라 금관 6점 첫 동시 전시
APEC 정상회의에서 사상 처음 공동 전시되는 금관은 금관총, 금령총, 서봉총, 천마총, 황남대총, 교동에서 발굴된 신라 유물 6점이다. 기대됐던 대가야 금관 전시는 빠졌다. 가장 유명한 국보 138호 대가야 금관은 현재 삼성문화재단 산하 리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출토된 금관은 약 20점 중 절반가량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될 만큼 규모와 예술성에서 독보적이다. 우아한 사슴뿔이 특징인 경주 황남대총 금관과 화려한 모양의 경주 서봉총 금관 중 모조품을 APEC 참가 정상들에게 선물하는 방안도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 배우자들의 행사장으로 선정된 경주의 불국사와 우양미술관에서는 전통문화 체험과 예술 전시가 주로 진행된다. 배우자들은 불국사에서의 친교 행사와 함께 차담회, 사진 촬영 등이 계획돼 있다. 또한 우양미술관과 솔거미술관 및 주변에서 국제공예전시와 전통의상 패션쇼도 예정돼 있다. 우양미술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의 전시가 진행된다.
경주 지역의 대표 문화재인 '에밀레종(선덕대왕신종)' 타종도 추진된다. 에밀레종은 균열 우려 등을 이유로 지난 2003년 이후 공식행사 타종이 중단됐다. 하지만 APEC을 한달여 앞둔 지난달 24일, 22년 만에 보전상태 점검을 위해 총 12번의 타종행사를 가졌다. 에밀레종은 이번 APEC 정상회의 특별행사에서 다시 울려 퍼져 정상들과 세계 각국 참석자들에게 한국의 전통과 역사적 가치를 알리게 된다.
■경주박물관, 미중 정상회담장 될까
APEC 정상들의 만찬장소도 큰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는 당초 국립경주박물관 내 만찬장을 신축해왔다. 하지만 안전과 인원 수용 문제로 인해 라한셀렉트 호텔로 만찬장이 APEC 개막 한 달여를 앞두고 급하게 변경됐다. 경주국립박물관 내 신축해왔던 만찬장 공사비와 부대시설 조성비는 최대 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는 용도 폐기 위기인 국립경주박물관 내 신축 건물을 미중 정상회담 장소로 사용해달라고 지난달 26일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경북도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양자회담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국립경주박물관이 회담의 최적지로 판단하고 있다.
신라 유물뿐 아니라 당·서역의 교류 유물까지 전시돼 있어 역사적 상징성과 평화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경주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전 행정력을 동원해 박물관 옆 행사장을 조성했으나,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으로 경주 시민들의 아쉬움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국립경주박물관 행사장을 미중 정상회담장 등으로 활용하게 된다면 시민들의 상실감을 해소하고, 천년 신라의 문화를 전 세계에 선보일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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