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한 미술품 경매장.
[파이낸셜뉴스]
"그림을 살 수 있는 아트페어나 미술품 경매시장에 MZ세대가 많이 오지만,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그들의 데이트 장소일 뿐이에요." (국내 미술품 경매사 관계자)
"그림 가격이 너무 비싸기도 하고, 그림을 사지 않아도 문화적인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서 아트페어에 그냥 놀러가는 편이에요." (30대 정인영씨)
MZ세대가 미술품 관람에는 관심이 높지만, 정작 미술품 거래는 흥미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액의 미술품을 구매할 경제적 능력이 아직은 없는 데다, 거래보단 남에게 보여주는 SNS 인증에 관심이 더 쏠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미술품 거래와 관계없이 데이트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17일 미술계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그림 거래가 가능한 아트페어와 미술관, 경매장에 MZ세대가 많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거 대표적인 중년층의 장소였지만, 이를 능가하는 MZ세대의 '소통의 장'이 된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SNS상에는 MZ세대가 올린 미술 전시 사진들로 주를 이룬다. 전시 사진 및 후기, 연인과의 방문 사진 등을 지인들에게 자랑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그러나 미술품 구매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미술계의 반응이다. 국내 한 미술품 경매사 관계자는 "경매장에 MZ세대가 많이 오지만, MZ세대 미술품 구매 비율은 전체 거래 비율에서 미비한 수준"이라며 "관람객이 많아지면서도 해마다 경매 거래액은 떨어지는 기이한 현상"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총거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고, 낙찰률과 최고 낙찰가 모두 하락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발표한 '2025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상반기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6월 경매시장 총거래액은 약 5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917억원 대비 345억원(37%) 감소한 수치로, 2021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최근 상반기 거래액을 보면 △2021년 1438억원 △2022년 1446억원 △2023년 811억원 △지난해 917억원으로 꾸준한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데는 미술계 불황도 한몫했지만, 미술품을 소유하기보단 '보고 만족하는 시대'로 전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술품으로 재테크를 염두에 두지 않는 이상, 즐길 거리가 많은 현시대에서 굳이 미술품을 소유하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아트페어인 '아트부산 2025'가 지난 5월 8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VIP 시사회를 시작으로 나흘간 일정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국내 아트페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매년 관람객의 발길이 줄고, '솔드 아웃(판매 완료)'을 알리는 빨간 딱지도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주요 아트페어인 '아트부산 2025'도 지난 5월 막을 올렸지만, 열기 대신 조용한 분위기였다. 통상 대형 아트페어가 열리면 VIP 오픈 때부터 열기로 가득하지만, 올해 아트부산은 붐비는 인파와 구매 경쟁도 덜했다는 반응이다.
이번 아트부산은 전세계 17개국 109개 갤러리가 참여했으나, 지난 2023년(22개국 145개), 지난해(20개국 129개) 보다 참여 갤러리가 줄어 아쉬운 상황이다. 관람객 수는 2022년 약 10만명에서 지난해 7만명, 올해는 6만명으로 감소한 바 있다.
아트부산에 참여했던 한 갤러리 관계자는 "미술계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 그림이 많이 팔리지 않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성세대보단 젊은 세대가 확실히 관람만 하는 비율이 높아 거래량이 감소한 것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미술계는 현재 MZ세대의 미술품 거래 비율을 떠나, 향후 이들이 안목이 높아져 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한 아트페어 관계자는 "MZ세대가 경제적으로 자리를 잡은 중년이 된다면 젊은 시절 그림을 보는 눈을 키운만큼 구매율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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