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에너지 과소비 주범 지목
생계 얽힌 문제라 강력 규제 못해
"전력수급 상황에 맞춰 단속 검토"
지난 5일 서울 중구 명동(왼쪽)과 마포구 홍대입구역 일대의 가게들이 문을 열어 두고 에어컨을 켜둔 채 영업하고 있다. 사진=서지윤 기자
냉방기기를 켠 채로 문을 열고 점포를 운영하는 '개문냉방'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개문냉방은 에너지 과소비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상인들은 불볕더위 속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모으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토로했지만, 전문가들은 전력 수급 위기 상황에서라도 적극적인 단속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체감온도가 35도까지 치솟은 지난 5일 오후 7시께 서울 중구 명동. 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로부터 300m 넘게 연이어 있는 상점들을 살펴보니 50곳 중에서 약국, 옷가게를 제외한 47곳이 개문냉방 영업을 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2m 남짓 떨어진 곳에서도 찬 기운이 느껴질 정도였다.
상인들은 무더운 여름철, 손님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는 개문냉방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강모씨(69)는 "문을 열고 계단 한 턱을 오르는 것도 손님들에게는 진입 장벽처럼 받아들여진다"며 "가게가 시원하니까 그냥 쉬다 가기도 하고 구경하러 왔다가 물건을 구매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의 경우 누진제가 적용되지만, 상업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h)당 단가가 고정돼 있다. 마포구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박모씨(39)는 "3년째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하루 종일 개문냉방해도 전기요금이 2~3만원 정도만 더 나온다"며 "문을 닫고 장사를 했을 때 손실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개문냉방은 에너지 과소비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개문냉방 영업 시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전력량이 66% 더 소모된다. 그러나 실질적인 규제는 어려운 상황이다. 전력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는 등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시에 따라 계도와 단속을 할 수 있는데 최근 몇 년간 여름철 전력 예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영업의 자유, 시민의 편의와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8월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기간, 시간대에 단속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력 수급 위기 상황에서 철저한 단속을 통해 개문냉방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상인들이 매출 감소를 우려해 불가피하게 개문냉방을 하는 측면이 있기에 무작정 단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력 수급 문제가 심각할 때 강력 단속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평가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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