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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의료기기 수출 늘었지만… 고부가 제품 확대가 과제 [관세전쟁 비켜가는 K의료기기 (중)]

수출액 절반 이상이 기구기계
소프트웨어 수출 비중은 0.4%
기술력 중심 제품 질적 혁신 필요
해외 규제대응 체계도 마련해야

작년 의료기기 수출 늘었지만… 고부가 제품 확대가 과제 [관세전쟁 비켜가는 K의료기기 (중)]
K의료기기가 글로벌 수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포스트 반도체' 수출 유망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구조적 한계와 품목 집중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제품의 질적 혁신과 함께 규제 대응력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수출 확대 불구 고부가 제품 저조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생산 및 수출입 실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의료기기 수출은 전년 대비 성장했지만 '기구기계' 항목에 수출액의 절반 이상이 집중된 모습을 보였다.

7조1000억원이 넘는 의료기기 수출액 중 53.6%가 기구기계였고 수출 기준으로 전체의 80%를 넘기며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인공지능(AI) 융합 진단기기, 소프트웨어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정밀의료기기, 웨어러블 의료기기 등 고부가가치 품목의 수출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항목은 수출 비중이 0.4%에 그쳤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분자진단기기 역시 2.8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한국의 의료기기 수출은 '기계적인 제품' 위주로 양적 볼륨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기기 수출에서 '팬데믹 특수'가 끝난 상황에서 이제는 기술력에 따른 제품 차별화가 수출의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계 기반의 단순 제품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유전체 기반 등 신기술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의 전환이다.

■혁신 기기 확대 및 규제 대응 시급

현재 세계 시장은 디지털 치료기기(DTx), 원격진단기기, 스마트 헬스케어 웨어러블, 정밀분자진단기기 등 혁신 기기쪽으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으며, 미국의 식품의약국(FDA) 인증이나 유럽연합의 CE 인증 등을 바탕으로 한 제품 경쟁력이 수출 성공의 핵심이 되고 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주목받는 혁신 의료기기 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95%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한다. 올해 1·4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성장한 3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넥스트바이오의 주력 제품은 파우더 타입의 내시경용 창상피복재 '넥스파우더'다. 파우더 타입의 내시경용 창상피복재인 넥스파우더는 출혈 부위에 적용 시 수분과 반응해 젤로 변하며 지혈을 유도한다.

이돈행 넥스트바이오 대표는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인허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글로벌 의료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철저한 임상과 규제 대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루닛은 AI 의료기기 수출의 대표 주자다. 루닛의 핵심 제품인 '루닛 인사이트'는 흉부 엑스레이 영상 분석 솔루션으로 FDA와 CE, 식약처의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고난도의 글로벌 인허가 절차를 통과한 루닛의 성과는 술력과 임상 신뢰도를 모두 입증했기에 가능했다.

루닛은 올해 1·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9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51억원 대비 273.6%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해외 매출은 179억원으로 전년 동기 42억원 대비 327.1% 증가해 총 매출의 93%를 차지했다.

임민혁 의료기기산업협회 산업육성본부장은 "K의료기기 산업이 단순 제조를 넘어 수출 효자가 되기 위해서는 질적 혁신이 절실하다"며 "K의료기기가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해외 시장으로 뻗어갈 수 있도록 적정한 보험 수가 책정과 과학적 규제 및 인증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