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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패키지 협상 고심 깊어진 李대통령, 첫 NSC 주재

관세·방위비·안보 현안 묶은 전략 조율… "안보는 사전 예방이 핵심"

대미 패키지 협상 고심 깊어진 李대통령, 첫 NSC 주재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관세 및 방위비 증액 청구서를 받아든 가운데 미국발 외교·안보·통상이슈가 한 데 엮인 '고차방정식'을 풀기 위한 이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임기초반 민생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한 만큼 직면한 대미 협상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향후 이 대통령의 국정개혁 드라이브에 힘이 실리느냐 가늠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관세 발효(8월1일)까지 약 3주간의 시간 내 톱다운 방식의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며 미국측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만약 성사된다면 단순 외교이벤트를 넘어 실질적인 담판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대미 관세 등을 포함한 하반기 외교·안보 현안을 점검했다. NSC 전체회의는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것으로 외교·통일·국방 분야에서 예상되는 주요 안보이슈들과 대응 방향을 중점적으로 논의한 자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책임지는 것이 국가의 첫 번째 책무"라며 사전 예방 중심의 안보 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회의에서 "하나의 사안보다 국제적 변화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논의했다"며 전작권 환수 가능성이나 한미 패키지 협상과 같은 개별 사안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지만 관련 논의는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NSC 참석자들은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해 외교·국방·정보 고위 당국자들이 총출동했으며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회의에 참석했다.

방미후 전날 귀국한 위 실장은 "정상회담은 협상의 수단일 뿐이며 다각적 접점을 마련하는 게 핵심"이라며 조속한 회담 개최 필요성에는 공감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일단 한미정상회담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외교·안보·통상이슈가 어우러진 '패키지 협상'의 방향을 정비하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은 통상·투자·에너지·국방 등 분야별로 분리돼 있지 않고 연계해 논의 중이며 이 같은 패키지 조합이 정상회담 시기를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너무 정상회담 자체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 세부적인 패키지 딜 방안 마련에 공을 들이는 기조가 감지된다.

아무리 톱다운 방식의 대화법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어느 정도 양측 간 청구서와 분야별 합의금액을 미리 맞춰보고 나서 정상회담에서 공식 추인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계 일각에선 미국 측이 자국 농산물에 대한 한국시장 개방,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조선업 협력, 반도체 공급망 정비 및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증액 등에서 우리 측 양보안의 규모와 내용을 보고 '관세 영수증'을 끊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위 실장은 미국 측의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너무 적게 내고 있다'는 입장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연간 약 1조5000억원의 SMA(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분담금을 부담하고 있다"며 "국방비 전반에 대해서는 국제 흐름에 맞춰 늘려가는 추세"라고 밝혔다.
급격한 추가 인상보다는 점진적 조정 기조를 유지하려는 대통령실의 입장이 읽힌다.

대통령실은 일단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자'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정책 기조 아래 분야별 미국의 요구와 우리 측 협상 여지를 두고 세부 조율에 착수한 상태다. 일부에선 협상 과정에서 해묵은 과제이자 이 대통령의 공약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같은 역청구서 카드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