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11일 찾은 서울 강남구 시코르 강남역점이 고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지난 1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위치한 한 뷰티로드숍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정화 기자
"지난 주말에는 4000명 넘게 다녀갔어요. 이 정도면 한산한 편이에요."
지난 1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K뷰티 열풍을 이끌고 있는 대표 브랜드인 롬앤의 '핑크오피스'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핑크오피스는 롬앤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이곳에는 내국인은 물론 중국, 일본, 서양·중동계 관광객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매장 관계자는 "전체 방문객 중 외국인 비중이 60~70%에 달한다"며 "요즘엔 중동권 손님들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반면, 1세대 뷰티 로드숍의 상징이던 서울 중구 명동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명동 거리에는 미샤, 이니스프리, 더샘, 에뛰드 등 원브랜드숍 매장이 운영 중이었다. 매장 직원들이 '마스크팩 10+10' 홍보 팻말을 들고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한산한 모습이었다.
큰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올리브영 명동 매장 2곳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뷰티 로드숍'의 진화.. 백화점 업계도 합류
최근 뷰티 로드숍이 멀티브랜드·체험 중심의 '뉴 로드숍'으로 진화하고 있다. 화장품 유통 채널이 2010년대 후반부터 온라인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반 마케팅이 핵심 전략으로 떠오른 결과다.
서울 성수동을 중심으로 주요 K뷰티 브랜드들이 연이어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는 것도 이런 변화에 발맞춘 흐름이다.
삐아, 바닐라코, 어뮤즈, 티르티르 등 브랜드들은 과거처럼 매장 수를 공격적으로 확장하기 보다는 브랜드 체험형 매장 1~2곳을 통해 정체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주요 상권마다 단일 브랜드 매장을 대거 출점하던 1세대 로드숍과 달리, 최근 매장은 쇼룸 기능과 SNS 확산을 겨냥한 전시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CJ올리브영이 이끄는 '뉴 로드숍' 대열에는 신세계백화점까지 합류하고 있다. 최근 뷰티 편집숍 '시코르' 강남역점을 재단장해 로드숍 형태로 선보인 것이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앞 시코르 매장에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고객에게 제품을 시연하고 있었다. 국내외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들이 나란히 진열된 시코르 강남역점은 백화점 1층과 로드숍 분위기가 뒤섞인 듯한 새로운 컨셉으로 꾸며졌다.
강남역 초역세권 입지에 위치한 매장은 K뷰티 브랜드 비중을 60% 이상으로 채웠다. 백화점이나 스타필드 등 복합몰에 입점해 있던 기존 매장과 달리, 시코르 강남역점은 신세계가 처음 내놓는 로드숍 형태의 매장이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로드숍 형태의 출점을 확대해 뉴 로드숍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맞춘 부활"
뷰티 로드숍은 201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최전성기를 누렸지만,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한 2017년을 전후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온라인 대응에 실패한 스킨푸드는 1세대 로드숍 몰락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16년 590개까지 늘었던 스킨푸드 매장 수는 점차 줄어 현재는 10여개만 남았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많은 브랜드가 오프라인 채널에 의존해 출점에만 집중했지만, 변화하는 소비자 행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뉴 로드숍'은 CJ올리브영 같은 멀티 브랜드 편집숍과 롬앤·어뮤즈 등 개별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중심으로 오프라인 존재감을 재확립하고 있다.
뷰티 업계는 이런 흐름을 단순한 과거 회귀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맞춘 진화된 부활로 분석하고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최근의 플래그십 스토어 확산은 예전처럼 단순히 매장을 많이 내는 방식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컨셉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수출 바이어나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려는 전략적 목적이 크다"며 "온라인 기반이 강한 K뷰티 브랜드들이 오히려 오프라인 공간을 쇼룸으로 활용하면서,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김현지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