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성 정치부장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모두 0.8%다. 2% 안팎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폐업 사업자 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0%대 전망치와 녹록지 않은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경기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당연한 수순이다. 새 정부 첫 추경은 예견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재정역할 강화를 내세웠다. 대통령 취임선서에서도 "국가재정을 마중물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추경 총규모(순지출 기준)의 4분의 3가량인 17조3000억원을 내수경기 진작용으로 배정한 근거다.
확장재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다만 여기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리스크는 부담이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나라곳간에 돈이 있어야 쓸 수 있다. 곳간을 채울 세수는 연이어 '펑크'다. 2023년, 2024년 2년 연속 예산 대비 세수 부족액은 87조원에 달한다. 경제가 성장을 못하자 법인세수 등이 급감했다. 전 정부 감세정책도 세수감소를 가속화했다. 세수 개선 기미도 미미하다. 이번 새 정부 첫 추경에서 세입 감소분을 국채 발행으로 메우는 '세입경정'을 10조원가량 했음에도 올 세수의 추가결손 전망이 나왔다. 기획재정부 2차관을 지낸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세수결손이 (세입경정을 제외하고) 7조원 정도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17조원 정도 세수펑크가 난다는 얘기다.
재정은 정책의 기반이다. 대선 국면에선 철회했지만 만약 이 대통령이 자신의 대표공약인 기본소득을 시행한다면 성공 여부는 재정의 뒷받침에서 좌우ㅋ4될 것이다. 돈이 없는데 어떻게 정책을 펼 수 있겠나.
재정을 튼실히 하는 방안은 두 가지다. 허리띠를 졸라매 지출을 줄이거나, 더 많은 소득을 올려 수입을 늘려야 한다. 이른바 지출을 줄이는 지출 구조조정은 예산, 추경 편성 때마다 등장하지만 규모를 늘리기엔 한계가 있다. 편성된 예산은 이해관계자가 있기 마련이다. 반발을 넘기가 수월치 않다. 이전 정부에서 매년 20조원 가까운 지출 구조조정을 해 와 여력도 많지 않다.
정부 소득 대부분은 세수다. 세수 확보는 재정상태 개선의 지름길이다. 성장이 원활하면 세수는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다만 현재의 0~1%대 저성장 추세를 감안하면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증세 외엔 방안이 없지만 쉽지 않다. 극심한 소비침체 와중에 32조원 가까운 추경까지 편성했다. 글로벌 관세전쟁이라는 변수까지 경제 전반을 압박하고 있다. '증세'라는 단어 자체가 정치권, 정부에서 아예 사라진 건 다 이유가 있다.
대안은 정도를 걷는 길뿐이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회복과 성장'의 단계를 밟아 나가야 한다. 추경을 통해 재정을 투입해 민생을 회복한 후 성장을 정상화하는 정책방향이다. 그런 측면에서 '잠재성장률 3% 달성' 방안 마련을 위해 국정기획위원회가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다는 소식은 다행스럽다.
재정 확대에 대한 리스크 관리도 시급하다. 수치로 드러났지만 재정악화는 불가피하다. 국가부채는 이번 추경으로 1300조원을 넘어서 국내총생산(GDP) 50%에 근접하게 됐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부채가 증가하고 재정수지가 악화되면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풀린 돈이 가져올 물가불안도 부담이다. 추경 재원 마련으로 국채발행이 늘면서 금리가 오르는 금융불안에도 대비해야 한다.
추경이라는 현금 마중물을 부으면 소비는 살아난다. 통상 재정 확대 기조를 유지하는 이른바 '큰 정부'는 인기도 있다. 하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모든 정책은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한 후 시작돼야 한다.
추경의 반복은 선택지가 되기 힘들다. 경기 파급효과가 높은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과도한 '재정의 정치화'로 재정이 신뢰를 잃는 상황까지 가지 않는 균형감각도 중요하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정치부장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