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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與, 노란봉투법 속도 조절 마지막 요청 외면 말기를

재계, 법안 부작용 또 민주당에 전달
의견 반영해 특별배임죄 조항 삭제

[fn사설] 與, 노란봉투법 속도 조절 마지막 요청 외면 말기를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경제 6단체 대표들이 지난 14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속도조절을 더불어민주당에 요청했다. 이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경영계와 노동계, 국민이 모두 수용 가능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적인 소통과 협의를 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일견 속도조절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보여 앞으로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히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은 노사 관계에 큰 변화를 부를 수 있는 법안이다. 특히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원청이 들어주도록 바뀌는 부분에 대해 재계는 몹시 우려하면서 그동안 반대 의견을 표명해 왔다. 전 정권에서는 거부권 행사로 법안이 무산됐지만, 이제 민주당의 뜻대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재계가 집권여당인 민주당에 또 한 번 속도조절을 요청한 것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이 법안이 불러올 파장이 너무나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조의 불법행위 가담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 개정안 내용에 대해서도 재계는 조합원 개개인의 불법행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며 숙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우리는 재계의 이런 요청을 뿌리치지 말고 의견수렴과 논의 과정을 한번 더 가질 것을 민주당에 당부한다. 민주당이 밝혔듯이 어느 한쪽의 요구나 주장이 아닌 전체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고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른 입법 태도일 것이다.

민주당과 재계가 부딪치고 있는 법안은 노란봉투법 외에 상법도 있다. 감사위원 선임·해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토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은 1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개정안에는 야당도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배임죄 조항 등에 대한 재계와 야당의 우려만큼은 외면하지는 않았다. 형법상 배임죄의 정의를 개정하고 상법상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도 발의해 '배임죄 이중처벌 리스크'를 덜어주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지난 3일 통과된 상법 개정 취지를 보완하는 입법이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 통과를 앞두고 일단 법을 시행한 뒤 나타나는 부작용을 살펴봐서 법을 개정하거나 보완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번 배임죄 관련 개정 움직임은 그 첫걸음인 셈이다. 민주당이 약속한 대로 앞으로도 법 개정의 취지와 어긋나게 발생하는 부작용은 바로 보완입법을 통해 바로잡기를 바란다.

모름지기 어느 일방을 위한 법은 법이 아니다. 노조 입장만 대변하는 법안이나 투자자의 이익만 고려하는 법안도 결국에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법을 통과시키기 전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서 법안을 마련해야 뒤탈이 없을 것이다.

특히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은 경제회복이 시급한 현재 상황에서는 더욱 신중히 검토하는 게 마땅하다. 재계가 반복해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하소연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봐야 한다.
친기업적 마인드를 가지고 기업 편을 들라는 말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측면이 강한 법안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융통성이 지금 민주당에 필요하다. 아무리 목적과 취지가 좋아도 현실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