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자본시장법 위반·배임 혐의 檢상고 기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확정으로 10년 넘게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재계 전반에 '경영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에 묶여 있던 글로벌 사업 전략, 대규모 투자·인수합병(M&A) 등 핵심 의사결정도 본격적인 재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국가 주력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정치·사법 리스크로부터 기업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20년 9월 이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지 4년 10개월 만이자, 2심 선고 5개월 여 만이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앞서 지난해 1심이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한 데 이어 올해 2월 항소심도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이 기계적으로 상고를 이어온 데 따른 우려도 꾸준했다. 이미 1·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증거나 법리 해석의 변화 없이 대법원까지 사건을 끌고 가는 이른바 ‘관성적 상고’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론 검찰이 2심에서 패소 했더라도 대법에 다시 검토해 달라고 할 순 있다"면서도 "(이번 경우는) 형식적으로 한 것이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재계 또한 이런 행태가 기업인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우려해 왔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 회장은 5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수감 생활을 했고, 2020년부터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세조종 혐의로 100차례 넘게 법정에 섰다. 1심부터 항소심 무죄 선고가 나오기까지는 4년 5개월이 걸리며 '사법 리스크'가 이어졌다. 그러는 동안 삼성 전반의 경쟁력은 하락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과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지난 10년간 계속됐고, 기업에 미치는 피해도 컸다. 그 사이 중국, 대만 등 경쟁사만 더 키웠고 기업가치는 떨어졌다"며 "삼성의 잃어버린 10년이 사법 리스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도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출발점으로 이 같은 상고권 남용 문제를 짚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과 기업이 받는 실질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구태 관행 타파'가 먼저라는 것이다. 실제로 미 연방헌법에 규정된 ‘이중 위험 금지’ 조항에 따라 미국에서는 피고인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으면 검사가 항소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는 국민 기본권과 사법 자원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풀이된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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