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등 일부 대면 가입 선호 뚜렷
비대면 채널 통한 사업비 절감 한계
과잉진료 영향 손해율 상승도 한 몫
자동차보험의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텔레마케팅(TM) 채널에서 가입자가 감소하는 등 사업비 절감에 기여해온 비대면 채널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서다.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과잉진료가 늘어나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17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TM과 사이버마케팅(CM), 플랫폼마케팅(PM) 등 비대면 채널을 이용한 자동차보험 가입 비중은 52.2%를 기록하며 2년 연속으로 50%를 넘겼다.
보험사들이 사업비 축소를 통해 수익성 강화를 지속한 결과로 풀이된다. 비대면 채널의 경우 설계사 조직을 통한 대면 영업에 비해 모집 수수료와 인건비 부담이 적어 사업비율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다. 지난 2015년 자동차보험에서 사업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웃돌았지만 2020년부터 16%대로 축소됐다.
문제는 비대면 채널 확대를 통한 사업비 절감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TM은 2020년 18.4%에서 지난해 16.0%로 2.4%p 줄었다. 지난해 신규로 집계된 PM은 비중이 0.4%에 불과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층이나 설계사로부터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 소비자층은 여전히 대면 가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대면 채널 수요가 일정 부분 고정돼 있는 만큼 비대면 채널을 통한 추가 사업비 절감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자동차보험의 본질적 특성상 유지비·관리비를 근본적으로 더 줄이기는 힘들다"며 "사고 대응을 위한 손해사정, 대물·대인 분쟁 대응 등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치료비가 증가하는 점도 걱정이다. 특히 한방치료에서 과잉진료가 늘어나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경상환자의 하루 평균 치료비는 2020년 7만8923원에서 지난해 9만9637원으로 26.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방치료비가 8만6301원에서 10만7292원으로 24.3% 커지면서 증가세를 이끌었다. 양방치료비의 증가는 11.1%에 그쳤다.
장기 치료를 받는 환자의 대부분이 한방치료를 받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의료기관별 경상환자의 치료기간을 보면 지난해 전체 경상환자(117만명)의 90%(106만명)가 8주 안에 치료를 마쳤다.
반면,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은 환자 가운데 87%가 한방환자였다. 양방환자의 경우 86.9%가 4주 이내에, 95.8%가 8주 이내에 치료를 끝내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한방진료비 중 세트청구(다종시술) 비중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손해보험 4개사의 한방진료비(통원)는 2020년 5271억원에서 지난해 785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6가지 이상 한방시술을 당일 함께 시행한 '세트청구' 진료의 비중은 47.5%에서 68.2%로 20.7%p 높아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는 4년 연속 낮아지는 상황에 손해율은 경상환자 치료비 급증 등으로 오히려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적자 구조는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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