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17~18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려
라이선싱 콘 2025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레일라 루미 부사장(오른쪽)
[파이낸셜뉴스] 요리 경연 리얼리티 프로그램 ‘마스터셰프’로 유명한 유럽 최대 미디어 그룹 바니제이. 그룹 산하 국제 유통·라이선싱을 담당하는 ‘바니제이 라이츠’에서 글로벌 소비재 지식재산권 사업을 총괄하는 레일라 루미 수석부사장이 글로벌 IP 시장 현황과 미래 전략을 공유했다. 워너미디어 시절부터 국제 지식재산권 사업을 다뤄온 그는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라이선싱 콘 2025’에서 ‘세계적인 슈퍼 IP의 넥스트 비전’을 주제로 기조 강연에 나섰다. 이날 진행은 글로벌 미디어 컨설팅 기업 'K7 미디어'의 클레어 톰슨 이사가 맡았다.
IP는 이제 단순한 포맷이나 프로그램을 넘어 브랜드로 기능한다. 한편의 드라마나 영화, 예능이 아니라 다양한 접점에서 머천다이징(Merchandising)과 브랜디드 체험 등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2024년 캐릭터 라이선싱·머천다이즈 시장 1450억 달러 규모
루미 부사장은 이날 "2024년 글로벌 캐릭터 라이선싱과 머천다이즈 시장 매출은 약 1450억 달러(2060조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북미가 45%로 최대 시장이고 유럽 25%, 아태지역 20%가 뒤를 잇는다. 2023년 배우조합과 TV 업계의 파업 영향으로 2023년 대비 연평균 성장률은 1.5% 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우리는 드라마 등 스크립트와 예능 등 언스크립트 양쪽을 모두 공략한다”며 “‘블랙 미러’, ‘슈츠’, ‘마스터셰프’ 등 아이코닉한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고, SNS 및 모바일 게임,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멀티 터치 포인트(다중 접점)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도 SNS 플랫폼 발전이 두드러져 멀티채널 소통이 활발하다.
인기 IP의 확장 전략에 대해서는 “각 브랜드가 가진 DNA와 아이덴티티를 가장 중시한다”고 답했다. 콘텐츠 별 주요 캐릭터와 브랜드 특성을 철저히 분석해 전통적 머천다이즈와 체험형 콘텐츠로 구분해 전략을 수립한다. 먼저 영국 등 홈 마켓에서 성공 기반을 다진 뒤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며, 엄격한 라이선스 심사와 스마트한 파트너십으로 완성도 높은 라이선싱 프로그램을 구현한다.
몰입형 이벤트 등 혁신적 체험과 전통적 상품 간 균형은 핵심 과제다. 영국 버밍엄이 배경인 범죄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는 콘텐츠 IP를 다양한 상품과 체험으로 확장한 대표 사례다. 지난해 영화 촬영을 마친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버밍엄에서 활동한 '피키 블라인더스'라는 범죄 조직과 이를 이끄는 집시 혈통 쉘비 가문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2022년 시즌6을 끝으로 휴지기를 가졌다.
루미 사장은 "10년 전 전통 머천다이즈로 시작해 몰입형 테마 공감 및 체험 이벤트, 페스티벌, 축제 등을 거쳐 2024년에는 버밍엄 공항 내 테마 공간으로 확장했다"며 "연간 2000만명이 이용하는 공항 내 다이닝 공간은 구글 평점 4.7점, 2025년에는 공항 바·펍 부문 최고상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 공략, SNS·쇼츠 콘텐츠 통한 브랜드 확산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SNS 전략도 적극적으로 펼친다. ‘마스터셰프’는 유튜브 채널 38개, 인스타그램 27개 계정 등을 운영한다. 짧은 쇼츠 콘텐츠를 반복 시청하는 Z세대·알파세대를 겨냥해 다채로운 영상물을 제작하고, 모바일 게임 4종에 2700만 명 이상의 접속자를 확보했다.
파편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브랜드의 생명력을 잃지 않기 위해 이들은 온오프라인으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구사했다. 루미 사장은 "첫째는 가시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가장 기본적이면서 전통적인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전자상거래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데 특히 아마존이 중요하다. 틱톡은 최근 직접 매장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틈새시장도 놓치지 않는다. 고객과 감정적으로 더 연결되고자 다각도로 노력한다. 모든 소매상들과 디지털 리테일러와 협력하며 팬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특히 그는 “SNS은 IP의 인지도를 높일 뿐만이 아니라 많은 통찰력을 얻을 수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연령층, 그들의 행동 양태 등 정확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고객 맞춤식으로 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서구 시장 진출 시,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메인 시장 공략해야"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첨단 기술과 독창적 트렌드의 선도 시장”이라고 평가하며 “많은 영감을 얻는다.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도 커 협업 기회가 활발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아시아 IP가 서구 시장에 진출할 때는 “글로벌 공감 가능한 주제 선정, 강력한 스타일 가이드 제공, 코믹콘 등 팬 엑스포 활용, 미국·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 등 메인 시장 공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루미 부사장은 특히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언급하며 “생존과 평등·불평등 같은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주제를 다룬 점이 서구 국가 시청자에게 큰 울림을 줬다”고 평했다. “강렬한 비주얼 아이덴티티와 넷플릭스의 글로벌 플랫폼 파워가 성공을 뒷받침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가 자발적으로 확산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콘텐츠가 서구 시장에 진출할 때는 모든 작품이 ‘오징어 게임’ 같은 대성공을 거둘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가 서구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하며, 현지 시장에서 얼마나 수용될지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도 함께 내놓았다.
지속 가능성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 때문에 환경과 윤리적 책임은 라이선싱 계약의 필수 조항이다. 그는 “재활용 소재 사용, 안전한 근무 조건 보장, 아동 노동 금지 등이 포함되며, 위반 시 법적 대응도 서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위조·변조 상품은 글로벌 IP 산업의 큰 골칫거리"라며 "소비자 구매 행태 변화에 따라 전통 머천다이징에서 디지털 상품과 체험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는 디지털 부문에서 선도적이라는 점을 짚은 그는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 속에서 신선하고 혁신적인 IP가 산업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라이선싱 콘 2025'은 국내 최대 규모의 콘텐츠 지식재산(IP) 비즈니스 콘퍼런스로 올해는 '넓히다:콘텐츠IP(Expand:Content IP)'를 주제로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 코엑스가 공동 주관하는 '보드게임콘 콘퍼런스', '캐릭터 라이선싱 페어 2025'의 연계 행사로 진행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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