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하계포럼서 인공지능 강조
"대응 늦으면 적자기업으로 전락"
메가 샌드박스·한일 공동체론 등
올해 잇단 구상 밝히며 공격행보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공회의 회장이 '인공지능(AI)육성론', '한일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론', '규제 메가박스' 등의 거대 구상을 연이어 내놓으며, 한국 경영계 리더로서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을 일컬어 "일개 그룹 총수를 넘어선 '경영 사상가'"라며, 적극적인 화두 제시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재계 리더로 AI 육성론 총대 멨다
최 회장이 올들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는 'AI 3대 강국론'이다. 최 회장은 지난 17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제조업의 '잃어버린 10년'"을 언급하며, "인공지능(AI)으로 제조업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면 10년 뒤엔 한국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퇴출될 것"이라고 강한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의 경우, 이미 중동, 인도, 중국의 경쟁상대조차 되지 못하고, 적자투성이로 전락할 수 있다"고 한국 산업계 민낯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중국 산업계 추월을 앞두고 있는 지금 현실에서 "희망을 걸어본다면 AI 대전환"이라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대한민국 AI 정책 포럼'에서도 "한국의 AI 대응이 이미 늦었다"고 직격을 날리며, "AI 경쟁에서 뒤쳐지면 국가 운명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회장은 이번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는 AI 토크쇼에서 AI 산업분야에 대한 전기로 인하, 데이터 공유 메커니즘, 에너지·인재 정책 개선 등의 화두를 제시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울산에서 열린 AI 글로벌 기업 간담회에서는 "AI 스타트업 펀드 10조원 조성을 통해 AI스트타업 2만개를 육성할 수 있다"며 "SK를 비롯한 한국 재계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번 간담회에서 '한일 경제공동체론'을 AI 대전환과 연결해 설명하기도 했다. "산업 제조 데이터가 많은 일본과의 데이터 교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과 같은 한일 경제 공동체가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적극적인 화두 제시에 대해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4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최 회장을 일컬어 "AI시대 신기업가 정신을 논하는 '경영 사상가'"라고 칭했다.
최근 이재명 정부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위원회는 최회장이 광역 단위로 규제를 푸는 '메가 샌드박스'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자사주 매각 문제, RE100 합리적 접근법 등 제언
최 회장은 이번 하계포럼에서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추진과 관련, "기업 입자에서는 부정적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기업이 원하는 쪽으로, 기업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쪽으로 유도될 수 있는 많은 규제를 없애는 것도 같이 논의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정치권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 추진의 경우엔 "기업의 자율성을 줄이면 자사주 매입이 더 늘어나긴 곤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신재생 에너지 정책에 대해 보다 합리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 산업 단지' 조성 정책에 대해 "과거 만났던 RE 100 주도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도 지금은 RE100을 포기했다"며 "탄소 배출 최소화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은 여러 가지인 만큼 'RE100이다, 아니다'에 너무 집착하면 이상해진다"고 말했다. 기업이 부담 가능한 에너지 가격을 고려한 탈탄소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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