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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10년 뒤 제조업 퇴출" 최태원 경고, 살길은 AI 전환

중국 약진으로 한국 제조업 밀려나
AI기술 접목해야 전통산업 살릴 것

[fn사설] "10년 뒤 제조업 퇴출" 최태원 경고, 살길은 AI 전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청사. /사진=뉴시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한국의 제조업이 벼랑 끝에 섰고 인공지능(AI) 전환에 실패한다면 10년 후엔 대부분 퇴출당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를 했다. 위기의 근원지는 제조업에서 글로벌 최강자로 올라선 중국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부상을 지적했지만 장기적 대책을 내놓지 못해 한국 제조업이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전통 제조업 분야를 석권했다. 10년 전 시작한 '중국 제조 2025' 계획이 대성공을 거둬 자동차·조선·기계·철강 등 7개의 주요 제조업에서 세계 1위가 됐다. 우리는 13개 제조업에서 12개가 중국에 뒤지고 있다. 앞선 단 하나가 반도체인데 그마저도 중국은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최 회장은 우리 제조업이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10년 안에 몰살당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AI로 대표되는 기술혁신을 전략으로 꼽았다.

최 회장이 강조한 건 단순히 AI산업 육성이 아니다. AI 산업은 크게 순수 연구개발과 AI를 활용하는 데이터, 소프트웨어 산업이 있다. 그런데 전통 제조업을 AI로 전환 또는 활용하는 분야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다.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추락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AI와 로봇 기술을 접목하지 못한 데서 찾을 수 있다.

기존의 생산라인 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AI기술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 제조업의 살길이 열린다는 게 최 회장의 시각이다. 얼마나 빠르게 고도화된 수준으로 전통 제조업을 AI로 전환하느냐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할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전통 제조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스마트 팩토리'가 바로 제조업 고도화 정책이었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 수준의 기술로는 중국의 돌풍에서 살아남기 어렵게 됐다. 스마트 팩토리는 제조 현장의 자동화와 연결성에 초점을 둔 디지털 초기 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AI 전환은 데이터 기반 지능화로 자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차세대 제조업 혁신이다. 스마트 팩토리 정책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첨단기술인 AI 전환으로 제조업 혁명을 일으켜야 시장의 선도자로 나설 수 있다.

정부는 글로벌 AI 3대 강국을 만들겠다는 국정 목표를 내세우고 막대한 정책자금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러나 짜임새 있는 청사진이 없으면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AI라는 혁신적인 산업 트렌드는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위협이 될 수도 있다.

단순한 AI 개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AI의 제조업 접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다.
제조업의 AI화를 달성해야 진정한 AI 강국이 될 수 있다. 그러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영원히 밀려날 것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중국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이마저도 만만치 않은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