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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투자풀, 첫 벤처투자… 405억 'LP 첫걸음 모펀드' 조성

출범 24년 만에 벤처시장 진출
이르면 연말부터 투자 나설 듯
수익추구서 정책금융으로 전환
"일자리 창출" vs "실효성 의문"

연기금투자풀이 벤처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한다. 기획재정부는 연기금투자풀을 통해 405억원 규모의 '출자자(LP) 첫걸음 모펀드'를 조성하고, 이르면 올해 말부터 벤처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연기금투자풀 출범 24년 만에 이뤄지는 첫 벤처투자로, 공공기금 운용 전략이 단순한 수익 추구에서 정책 금융 수단으로 전환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대해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일자리 창출 등 순기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22일 기재부에 따르면 임기근 제2차관 주재로 '제89차 투자풀운영위원회'를 열고, 벤처기업에 출자하는 LP 첫걸음 모펀드에 대한 투자의 적정성을 논의하고, 주간운용사 신규 선정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에 조성되는 'LP 첫걸음 모펀드'는 연기금투자풀과 모태펀드가 공동 출자해, 벤처투자 미경험 기관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는 구조다.

연기금 중 투자주체인 무역보험기금이 200억원을 출자하고, 모태펀드가 200억원을 추가해 총 405억원 규모의 벤처펀드가 8월 초까지 조성된다. 한국벤처투자도 운용사(GP)로서 5억원을 책임진다.

이번 투자는 2001년 투자풀 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연기금투자풀을 통해 이뤄지는 벤처 투자다. 그간 벤처 투자는 국민연금 등 대형 연기금 중심으로 개별 시행돼 왔지만, 실적은 저조했다.

특히 중소형 기금 위주로 구성된 연기금투자풀에서는 벤처 투자 실적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이번 투자는 제도 출범 24년 만의 의미 있는 변화다.

투자 방식도 한층 유연해졌다. 연기금투자풀 내에 '벤처투자 전용 통합펀드'를 설정하고, 자조합 선정을 통해 올해 말부터 실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개시될 예정이다.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우선손실충당 구조와 출자자에게 유리한 풋옵션도 포함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간운용사 선정 방안도 함께 심의·의결됐다. 기존 운용사의 사업 기간이 올해 12월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주간운용사 2개사를 9월 말까지 조달청 입찰로 선정할 계획이다.

올해 2월 제도 개편으로 증권사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유효 경쟁 기반이 확대됐다.

임기근 제2차관은 "연기금도 AI 등 산업 경쟁력 강화, 탄소중립 및 기후위기 대응, 지역소멸 대응 등 새 정부 핵심 전략 아젠다 해결을 적극 뒷받침해야 할 때"라며, "이번 연기금투자풀의 첫 벤처투자를 계기로 연기금이 AI 등 혁신벤처 분야에 투자해 벤처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도 동시에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연기금의 벤처투자(VC) 행보에 대해 자본시장 업계에서는 일자리 창출 등 순기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IB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민연금처럼 규모가 큰 연기금은 자체적으로 벤처 투자를 해왔지만, 이번에 참여하는 기관들은 출자 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받아왔다"면서, "특히 새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인공지능(AI), 신재생에너지 등 관련 섹터에 VC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 대형 VC업계 관계자는 "VC 투자금은 많이 들어오겠지만, 막상 투자할 데가 마땅치 않은 것도 현실"이라며 "이는 단순한 자금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투자 가치가 있는 스타트업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서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VC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려 해도, 정부의 강화된 해외 투자 심사로 인해 명확한 근거와 목적이 없는 투자는 어려워졌다"고 덧붙였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김경아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