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종합방재센터 접수대 전경. 서울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119 신고가 급증하는 대형 재난이나 집중호우 등 긴급 상황에서 '인공지능(AI) 콜봇'이 통화대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신고를 접수한다. 신고를 받은 ‘AI 콜봇’이 긴급한 사건 사고나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사안을 분류해 우선적으로 서울종합방재센터 접수요원에게 즉시 연결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23일 전국 최초로 AI 기반 ‘119 신고 접수 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AI 콜봇을 통해 실제 현장 대응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현장 AI’다.
현재 119신고시스템은 총 720개 회선을 보유하고 있으나, 접수요원이 비상시·평상시 유동적인 상황으로 동시 통화가 집중될 경우 자동응답서비스(ARS) 대기 상태로 전환되는 경우가 생겨났다. AI 콜봇은 최대 240건의 대기 신고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AI 콜봇은 신고자로부터 사고 유형과 위치를 음성으로 상담하고 실시간으로 내용을 파악해 긴급한 신고를 접수요원에게 우선적으로 연결한다. 동일 지역에 대한 유사 신고가 다수 접수된 경우에는 화재, 붕괴 등 복합 재난의 가능성까지 통합 분석해 조기에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다.
지난 3월 시범 운영 이후 4개월간 AI 콜봇을 통해 접수된 신고는 총 1만1434건에 달한다. AI는 이 가운데 2250건을 긴급으로 분류해 처리했다.
서울시는 현재 신고 폭주시에만 운영중인 AI 콜봇 서비스를 평상시에도 5개 내외의 일부 신고 전화에도 적용한다. ‘AI 기반 재난종합상황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도로 침수, 배수 불량 등 단순·반복적인 일상 재난 민원까지 AI가 실시간으로 지원하는 체계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시스템 구축을 착수해 2026년 하반기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AI 콜봇 도입은 전국 지자체 중 재난 대응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고영향 AI’ 적용 첫 사례다. 신고 내용의 중요성을 감안해 초기에는 AI 응답 내용을 사람이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이중 감시 체계도 함께 운영한다.
서울시는 내년 예정된 ‘AI 기본법’ 시행에 대한 선제 대응으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협력해 행정서비스 AI의 안전성과 책임성을 평가하는 ‘신뢰성 검증’도 함께 추진한다.
AI 콜봇 운영을 시작으로 단순 자동화나 응답 수준을 넘어 실제 판단과 대응을 수행하는 ‘공공형 생성 AI’를 일반 행정서비스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강옥현 서울시 디지털도시국장은 “AI가 생명을 지키는 도구가 된 만큼, 기술의 신뢰성과 시민의 믿음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며 “서울시는 AI 기술이 시민의 안전 속에서 작동하도록, 제도적 기반과 공공 AI 생태계를 조화롭게 구축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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