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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방치’ 옹벽 위 덧댄 공사… 결국 개통 2년 만에 와르르

‘오산 옹벽 붕괴’ 부실공사 의혹
2011·2023년 두차례 걸쳐 시공
기존구간 위에 새 옹벽 쌓아올려
소재 등 구조 달라 안정성 떨어져
배수 취약한 보강토 공법도 논란

‘12년 방치’ 옹벽 위 덧댄 공사… 결국 개통 2년 만에 와르르
지난 16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져 소방관들이 매몰된 차량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지난 16일 내린 괴물 폭우로 오산 서부우회도로 옹벽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한 가운데, 사고 원인을 두고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도로가 12년간 방치된 것도 모자라, 개통 후 사용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붕괴 사고가 발생, 공사에 적용된 '보강토 옹벽' 공법에 대한 논란도 더해지고 있다.

■개통 2년 만에 사고…부실공사 의혹

23일 파이낸셜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사고가 발생한 서부우회도로에서 붕괴된 옹벽은 지난 2011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다른 시공사가 건설했으며, 총 길이 27.6㎞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1공구와 2공구로 나누어 진행했다.

1공구 양산~가장 구간은 세교1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아 2011년 12월 준공했다. 이어 2공구 가장~두곡 구간은 세교2지구 광역교통개선대책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이 시공했으며, 2023년 9월 서부우회도로 모든 구간이 개통했다.

지난 16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수원 방향 옹벽 구간은 지난 2011년 현대건설이 완공한 구간으로, 이 구간 위에 2023년 대우조선해양이 완공한 상부 구간을 덮어 건설된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 과정에서 약 12년가량 1공구 구간이 방치됐다.

특히 문제는 2공구를 건설하면서 해당 구간의 옹벽을 새로 짓지 않고, 12여년간 방치된 하부 옹벽 위에 그대로 옹벽을 쌓아 완공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보강토 옹벽이라도 시공사별로 공법과 사용하는 내부 소재, 배수 등 구조의 차이가 발생해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7년 전 한차례 붕괴… 공법 적절했나

이와 더불어 무너진 옹벽에 사용된 '보강토 공법'에 대한 안정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무너진 옹벽은 보강토 공법으로 흙 사이에 보강재를 삽입해 벽채를 고정하는 구조로 시공한다. 콘크리트 옹벽에 비해 공사비가 저렴하고 시공기간이 짧아 선호되는데 흙으로 속을 채우는 만큼 '배수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옹벽 배부름' 현상이나 옹벽 사이에서 물이 새는 것을 목격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개통 2년밖에 지나지 않은 도로에서 땅꺼짐이나 균열, 지반 침하 등이 발생했다는 민원 신고도 잇따라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고가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에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붕괴 우려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또 붕괴된 옹벽 맞은편 옹벽은 7년 전인 지난 2018년 이미 붕괴 사고가 한 차례 발생했던 곳으로, 두 옹벽은 모두 '보강토 공법'으로 시공됐다는 점에서 공법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오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2공구 옹벽의 경우 배수구가 설치돼 있지만, 1공구 옹벽은 배수구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원활한 배수가 이뤄지지 않은 점 등이 사고 원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도로관리를 맡은 오산시는 올해 6월 정밀안전점검을 진행해 B등급 양호 판정을 받은 상태였으며, 사고 전날인 국민신문고 민원에 따라 현장을 점검한 뒤 재시공할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붕괴된 구간은 두 건설사 간 '연결구간'은 아닌 것으로 파악됐고, 공사는 적법하게 진행했다"며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지금은 구체적인 답변을 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7시 4분께 오산시 가장동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이 아래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쳐 차량 운전자인 40대 남성이 숨졌다.

jj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