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판 나토 염두…아-태 '집단방위' 깅화, 美 국방부·국무부 협력
신냉전, 과도기 국제질서 심화, 유럽·미주·인-태 연결된 오커스 탄생
日 '아시아판 나토 창설' 피력에 이어 美와 '하나의 전구' 구상 논의
美 인-태서 다자적 동맹 지향 인프라 구축...필리핀에도 힘 실어줘
트럼프 2기 인-태 지정학적 중심 정책, 아시아판 집단방위 등장 주목
韓 역내 주도성 강화 전략적·외교적 노력, 안보·국익 정교하게 챙겨야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사실상 국방정책 설계와 집행을 주도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아시아판 나토구상을 염두에 둔 발언을 꺼내 들었다. 지난 7월 21일 콜비는 엑스(X)를 통해 “아시아-태평양(the Asia-Pacific) 집단방위(collective defense) 강화”를 위해서 국방부와 국무부가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 사실이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한국과 같은 아시아 동맹국과 집단방위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 언급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에 던지는 전략적·군사적 함의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집단방위는 다수의 국가가 집단으로 동맹을 맺어 안보를 달성하는 개념으로 2개 국가가 맺는 한미동맹 같은 양자동맹과는 그 성격이 크게 다르다. 또한 집단방위는 위협을 사전에 특정해서 대비한다는 점에서 미리 위협을 상정하지는 않고 있다가 헌장 등 규칙을 어기는 국가는 그 누구라도 집단의 위협으로 규정되는 집단안보(collective security)와도 차별화된다. 집단방위의 대표적 사례는 나토(NATO)이고, 집단안보의 전형적 기구는 유엔(United Nations)이다.
한편, 냉전기 안보를 달성하는 방식, 즉 동맹의 골격은 유럽과 아시아가 명확히 양분화되었다. 유럽은 집단방위로, 아시아는 양자동맹으로 양분화되어 안보를 달성하는 구도였던 것이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에는 미국이 중심(hub)에 위치해서 바퀴살(spoke)로 연결된 개별 국가들과 양자동맹을 통해 안보를 달성해 왔다는 칼더(Kent E. Calder)의 “허브-앤-스포크(Hub and Spoke)” 개념이 설득력이 높았다.
그런데 신냉전으로 개념화되기도 한 과도기 국제질서가 심화되면서 이러한 동맹의 양분화가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이 정책적으로 현실화된 것이 오커스(AUKUS)다. 이는 유럽, 미주, 인도-태평양 국가가 모두 연결된 동맹 아키텍처의 탄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콜비의 이번 엑스 메시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기존의 동맹공식이 변화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동맹 아키텍처 변화를 정책적으로 가속화하려는 의지 현시와 아시아 동맹국에 대한 주문의 성격이 모두 내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아시아 집단방위’라는 지향점이 언급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사실 아시아 집단방위는 일본에서 먼저 관심을 갖고 제시한 개념이다. 자민당 총재 선출을 앞둔 2024년 9월 27일 이시바 시게루는 미국 허드슨연구소에 '일본 외교정책의 미래'라는 글을 통해 “아시아판 나토 창설”의 필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개념은 아시아와 유럽 간 지정학적 특성의 차이점 간과 등 정책화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로 인해 구상 수준으로 치부되었다. 그런데 2025년 4월 15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하나의 전구(one theater)” 구상을 논의하면서 아시아판 나토구상과의 연계성이 주목되었다. 이어 지난 5월 개최된 제22회 샹그릴라대화에 나선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이 “오션(OCEAN: 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 구상을 제안하면서 아시아판 나토구상 및 하나의 전구 개념과 동기화가 가능한 정책 제시를 이어갔다.
이런 점에서 콜비의 아시아 집단방위 노력 언급은 일본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모습을 통해 미국이 인도-태평양에서 다자적 동맹을 지향하는 전략적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은 필리핀에게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7월 21일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만나 미국-필리핀 간 상호방위조약이 태평양 전역에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이는 인도-태평양 다자동맹 구상과도 연계되었다고 평가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인도-태평양이 지정학적 중심으로 돌아오고 이를 위한 정책화도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아시아 집단방위 개념이 등장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는 전략적 유연성, 대만 유사시와 한반도 지정학의 상관성, 북한의 대양해군 건설 목표 등 한반도 상황과도 연계성이 높은바 한국이 역내 새로운 안보 아키텍처 구상에 주도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전략적, 외교적 노력을 한층 가속화 함으로써 안보와 국익 모두를 정교하게 챙겨나가야 할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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