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화장품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광고, 브랜드 이미지로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백화점 명품관에 진열된 제품들을 보면 피부과 전문의 입장에서도 "과연 어떤 성분이 들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소비자는 '비싼 만큼 효과도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지만 우리가 지불하는 금액에는 고급 용기, 광고비, 백화점 수수료, 브랜드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화장품의 최종 목적지는 피부이고 성분과 자극 여부가 핵심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진료실에서도 "명품 브랜드 화장품만 써요"라고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사용하는 제품들의 이름을 들어보면 외국 유명 브랜드가 다수 포함돼 있다.
어떤 제품은 사회 초년생 월급의 절반을 넘기도 한다. 물론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소비는 가치가 있지만 그런 소비가 피부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고가 제품이라고 해서 반드시 의학적으로 더 나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화장품은 의약품이 아닌 '기능성 제품'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대한피부과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화장품의 작용 범위는 피부 표면, 즉 각질층까지로 정의하고 있다.
보습이나 수분 유지, 지질막 보완에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주름이나 기미, 탄력 저하와 같은 문제는 대부분 진피층 이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한 화장품만으로는 개선이 어렵다. 결국 이런 피부 고민은 레이저, 주사, 고주파 등 의학적 치료가 병행돼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즘은 더마코스메틱이나 성분 중심의 화장품을 찾는 소비자도 많아지고 있다. 피부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성분과 자극 여부, 그리고 나의 피부 상태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려는 현명한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의 피부에 관심을 갖고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K뷰티는 세계 각국에서 인기 있고 한국 제품은 높은 기술력과 품질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굳이 외산 고가 제품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피부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 아름다움을 가꾸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결국 피부 건강의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와 올바른 선택에 달려 있다.
이정훈 서울리거피부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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