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증환자 8주 초과 진료, 보험사가 판단?
한의사·시민단체, 대통령실 앞 '궐기대회'
"車 손배 보장법 개악 철회하라" 구호 외쳐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궐기대회에서 윤성찬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이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한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들이 국토교통부의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배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규탄하며, 관련 조치의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소비자주권시민회의, 금융정의연대, 보험이용자협회는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교통사고 피해자 진료권 보장을 위한 강경 투쟁을 선언했다.
이날 현장에는 한의사와 시민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공동 성명을 낭독하고 구호를 외치며 정부를 압박했다.
이번 개정안은 경미한 상해로 분류되는 12~14등급 교통사고 환자의 8주 초과 진료 여부를 가해자 측 보험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참가자들은 “의료인의 전문성을 부정하고, 보험사의 이익만을 앞세운 반헌법적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만선 대한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미 두 차례에 걸쳐 국토교통부와 대통령실 앞에서 개정안의 문제점을 분명히 전달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국민과 의료인의 절박한 목소리를 무시한 채 제도를 강행한다면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진단과 치료 여부는 의료 전문가의 판단이어야 한다”며 “환자를 나이롱 환자로 몰아가며 보험료 지급을 회피하려는 악마의 프레임은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숙 보험이용자협회 대표 역시 “자배법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는 개정안은 오직 손해보험사 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불공정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윤성찬 한의협 회장은 “이번 개정안은 교통사고 환자의 치료 기회를 원천 봉쇄하고, 의료인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라며 “의료는 행정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전문가의 손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시한의사회 박성우 회장과 강원특별자치도한의사회 오명균 회장은 삭발식을 진행하며 강한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두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국민 의료권과 한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자배법 개악안은 즉시 철회되어야 하며, 정부는 공공 의료체계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한의사협회와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끝까지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을 결의하며 이날 궐기대회를 마무리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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