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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재정으로 내수 띄우는 李정부…법인세 올려 실탄 확보[세제개편 공식화]

2년 연속 세수결손 이어지자
기업·대주주 상대로 증세 추진
당정 "최고세율 정상화 취지"
국힘 "힘든 기업에 빨대 꽂아"

확장재정으로 내수 띄우는 李정부…법인세 올려 실탄 확보[세제개편 공식화]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이재명표 정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 시절의 감세정책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3년 만에 조세정책의 방향이 전환된 것이다.

■당정 '법인세 정상화'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회 직후 "윤석열 정부에서 내려간 법인세 최고세율을 2022년 수준인 25%로 복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법인세 최고세율은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25%에서 22%로 인하된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25%로 다시 상향됐다가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이를 24%로 낮춘 바 있다. 정 의원은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로 연결되지 않았다"며 "효과가 없는 법인세 인하를 다시 정상화시키겠다는 취지의 말을 정부가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택한 배경에는 최근 2년 연속 이어진 세수결손에 있다. 지난해 법인세수는 62조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조9000억원 줄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정부에서 경기둔화와 법인세 인하로 세입 기반이 약화됐다"며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안정적 세입 기반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만 세수 감소의 원인을 법인세율 인하보다 기업 실적 악화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법인세는 전년도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산정되는데, 지난해는 국내 법인세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적자를 기록한 탓에 3월 법인세를 내지 않았다.

정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특정 종목 주식을 5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만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10억원 이상 보유자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당정은 이를 '조세 정상화' 차원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당정이 법인세 인상 카드를 꺼낸 이유는 주어진 선택지가 증세밖에 없어서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을 비롯해 '확장 재정'으로 내수경기를 살리려면 '실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조세 부담을 올리든지, 국가채무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재계 "조세 경쟁력 후퇴 우려"

당정의 움직임에 대해 야당과 재계는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윤석열 정부가 낮춘 최고세율을 복원하겠다는 취지이지만 현재 경제 상황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세율은 국가 간 경쟁"이라면서 "대기업들이 해외에서 외국 기업과 경쟁할 때 조세 경쟁력을 일부 저해하는 부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미국은 법인세를 2018년에 35%에서 21%로 낮추며 단일세율로 전환했고 트럼프는 앞으로 15%로 추가로 내린다고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리면 외국 기업의 한국 기피현상 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세수 재정 문제 때문에 고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한국은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위권보다 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율 자체 문제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기업보다 불리한 것이 법인세가 다단계로 누진세 체계"라며 "주요국들은 단일세인 반면 우리나라는 4단계 체계"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 힘들게 만드는 반기업적·반시장적 정책"이라고 날을 세웠다. 기재위 야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법인세 인상 명분으로 국세 정상화를 주장하지만, 사실은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 마련을 위해 기업 쥐어짜기를 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전 국민에게 15만원 내지 55만원의 민생지원금을 지급하려고 국채 24조원을 발행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가뜩이나 힘든 기업 목에 빨대를 꽂는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