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고부가 MLCC, FC-BGA 사업 확장
LG이노텍 아이폰 17 효과로 수익성 방어 성공
향후 양사 모두 고부가 제품 및 신사업에 집중
지난 9월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22회 국제 첨단 반도체 기판 및 패키징 산업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삼성전기 부스에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고부가 제품 수요 확대와 스마트폰 신제품 효과에 힘입어, 삼성전기·LG이노텍 등 국내 부품사들이 올해 3·4분기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빅테크들의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전장(자동차 부품)·신사업 분야의 성장세가 맞물리며 양사의 실적 개선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3·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는 매출 2조8290억원, 영업이익 24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2%, 9.7% 증가한 결과다.
전장 및 AI 서버향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수요가 확대되면서 실적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풀이된다. MLCC는 정보기술(IT)용 제품을 넘어 AI 서버의 고속 연산 과 전장 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핵심 부품으로 떠오르면서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AI·서버향 등 고부가 MLCC는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경쟁이 제한돼 수요가 높아질수록 삼성전기의 가격 협상력과 수익성도 모두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탑재되는 MLCC의 경우 대응할 수 있는 국가가 일본의 무라타나 한국의 삼성전기로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신성장 동력 중 하나인 차세대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도 실적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최근 북미 클라우드사업자(CSP) 향 AI 가속기용 FC-BGA 공급을 시작했고, 전체 응용처 내 서버 관련 매출 비중이 기존 주요 수요처였던 PC를 넘어서고 있다.
이번 4·4분기와 내년에도 실적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4·4분기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10%로 지난 3년간의 4·4분기의 평균(4%)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 고객사향 AI 기판 수주도 확대되면서 FC-BGA 가동률은 현재 60% 수준에서 내년 80% 이상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AI 수요 급증과 고부가 기판 비중 확대에 따라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LG이노텍 베트남 V3 신공장 전경. LG이노텍 제공
또 다른 부품사인 LG이노텍은 이번 3·4분기 매출 컨센서스 5조804억원, 영업이익 1718억원으로 추산된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0.6%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31.7% 증가한 수치다. 회사 매출의 80% 이상이 애플 한 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최근 출시한 신제품 아이폰 17 시리즈 실적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아이폰 17의 초기 생산은 전년과 유사하지만, 아이폰 17 프로, 프로맥스 등 프리미엄 모델의 비중 증가가 영업이익 증가로 연결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3·4분기 실적 방어에 성공한 LG이노텍은 애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5년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카메라를 비롯한 신사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피지컬 AI(휴머노이드, 자율주행차) 관련 매출은 올해 4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2조4000억원으로 증가해 전체 매출의 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미중 기술 패권 전쟁과 보안 이슈로 중국 중심 카메라 모듈 업체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예상되는 가운데 LG이노텍 카메라 모듈 사업의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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