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보수·경제 완화 색채 짙어
우경화 노선에 재정 악화 우려
총선 경쟁자·초선 대거 내각 기용
日증시 이틀 연속 최고 4만9316
日 총리 된 ‘리틀 아베’ 지난 2014년 9월 3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첫 각의(국무회의) 후 기념 촬영 당시 아베 신조 총리(앞줄 중앙)와 각료들. 아베 전 총리의 오른쪽에 21일 새 총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당시 총무상이 서 있다.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극우 성향이 강한 다카이치 총리는 보수 일색의 내각을 구성하며 정치 노선을 명확히 했다. 일본의 우경화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한일관계 경색 우려도 커지고 있다. 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21일 열린 임시의회에서 총리 선출 투표를 거쳐 제104대 총리에 올랐다. 일본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로 메이지 헌법으로 내각제를 도입한 1885년 이후 140년 만이다. 이날 출범한 다카이치 내각은 정치는 '강경 보수', 경제는 '완화' 색채가 강해질 전망이다. '아베노믹스(재정확대·통화완화)' 계승과 방위비 증액 및 안보정책 변경 등을 통해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다카이치 내각이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우경화 노선을 강화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카이치 내각 출범
다카이치 총재는 이날 중의원에서 열린 총리 지명 선거에서 총 465표 중 과반(233표)을 웃돈 237표를 얻었다. 참의원에서는 결선투표를 진행한 결과 125표로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해 총리직이 확정됐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에 오른 다카이치 총리는 26년간 협력 관계를 유지한 공명당이 연립정권에서 이탈하며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이후 제2야당인 유신회와 새롭게 연정을 구성하며 이날 총리 지명 선거를 무난히 통과했다.
총리 확정 직후 발표된 새 내각 명단은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자민당 총재직을 놓고 결선투표에서 경쟁했던 고이즈미 신지로 전 농림수산상을 방위상에, 하야시 요시마사 전 관방장관을 총무상에, 모테기 도시미쓰 전 당 간사장을 외무상에 임명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의 최측근인 아카자와 료세이는 경제산업상에 기용했다. 당의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초선급 인사도 대거 기용했다. 법무상(히라구치 히로시)과 문부과학상(마쓰모토 요헤이), 후생노동상(우에노 겐이치로), 농림수산상(스즈키 노리카즈) 등 초선만 10명에 달한다.
■방위비 증액 등 우경화 가속화 우려
새 내각은 우익 성향의 유신회와 손을 잡은 만큼 안보·외교 분야에서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양당이 전날 서명한 연정 합의문에는 방위비 증액과 안보정책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4일로 예상되는 취임 연설에서 안보 3대 문서에 대해 개정 검토를 지시할 예정이다. 특히 방위력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예산 등을 명시하는 방위력정비계획(DBP)의 개정 시기를 앞당길 방침이다.
방위비 증액은 이달 28일로 예상되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일본은 2027회계연도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올릴 계획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3.5%까지 증액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민·유신회가 소수 여당이라는 점에서 정책 추진이 원활할지는 미지수다. 법안과 예산안을 통과시키려면 다른 정당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양당 의석수는 과반에 각각 2석, 5석 부족하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새 내각은 재정확대, 통화완화,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이라는 '아베노믹스'를 계승해 경기 부양에 나설 방침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임명된 각료들에게 "삶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희망으로 바꿔 강한 경제를 만들자"며 경제, 지방·안전, 외교·안보 등 3가지 분야에 대한 공통 지시서를 내렸다. 특히 첫번째 목표로 '강한 경제 실현'을 내걸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항상 배려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재정을 확대해 소득을 향상시키고 소비심리를 개선하며 세수를 증가시키자"고 강조했다.
새 내각은 이를 위해 곧바로 고물가 등을 포함한 경제 대책에 착수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휘발유세의 한시세율 폐지 법안을 이번 임시의회 회기 중에 통과시키고 소득세의 기본공제와 환급형 세액공제 도입을 위한 제도 설계를 신속히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이 없는 데다 '적자 국채 발행'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다카이치 총재 선출에 기여한 자민당의 아소 다로 부총재나 스즈키 슌이치 간사장 모두 재무상 경험이 있다는 점 △아베 정부 때와 달리 현재는 인플레이션이 화두라는 점에서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편 이날 도쿄 증시는 새 내각에 대한 기대감에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7% 오른 4만9316으로 장 마감했다. 엔화 약세는 이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51.6엔까지 오르며 전 거래일보다 0.5% 이상 상승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