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아웃, 만루홈런”…폐광촌 청년의 눈물겨운 인간 승리
[태백=뉴시스]2025년 외무고시에 수석합격한 최현도씨. 사진은 지난해 10월 24일 외무고시 1, 2차에 합격하고 면접을 보기 위해 활짝 웃고 있다.(사진=최종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뉴시스]홍춘봉 기자 = 강원 태백의 폐광촌에서 태어난 최현도(33)씨가 올해 외무고시에서 5전6기 끝에 수석 합격이라는 기적을 일궜다.
한국외대 영어통번역학과 출신인 그는 2019년 대학 졸업 후 2020년 첫 외무고시 도전에서 1차 합격, 이후 총 여섯 번의 도전을 거치며 지난해까지 1·2차 시험은 통과했지만 면접에서 아깝게 탈락, 가족과 자신 모두 큰 충격에 빠졌다.
최현도의 아버지 최종연(66)씨는 부인이 운영하는 학원 차량을 직접 운전하며 아들을 등하교와 학원 생활에서 든든히 지원했고, 어머니 이선주(58)씨는 태백에서 ‘이스턴영어·왕수학 학원’을 운영하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녀들을 뒷바라지했다. 이 부부의 헌신과 격려 속에서 최현도씨는 좌절을 딛고 마침내 수석 합격이라는 결실을 이뤄냈다.
최현도씨는 2020년 첫 시험에서 1차 합격, 2021년에는 1차 탈락의 쓴맛을 경험했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꾸준히 1차 합격을 이어갔지만, 2024년 면접 탈락은 가족 모두를 망연자실하게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서울 고시원 대신 태백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최고의 성적을 냈음에도 면접에서 떨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올해 시험에서 수석 합격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으며 지난 수년간의 고난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다.
최종연씨는 “기쁨보다 어두운 긴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이 크다”며 “지난해까지 매년 탈락 소식에 아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야구로 치면 투 아웃, 만루홈런을 친 기분”이라며 “이제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내려놓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어머니 이선주 씨도 눈시울을 붉히며 “올해 시험이 너무 어렵다고 해서 탈락할 줄 알았는데 외무고시 합격에 수석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이어 “그동안 고시원에서 공부하며 청춘을 허비하는 건 아닌가,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어렵게 하는 건 아닌가 늘 걱정했다”며 “이제 아들이 국가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도씨는 초·중·고와 대학교까지 아버지와 같은 학교, 같은 학과를 다닌 ‘아버지 후배’이자 가족의 바람을 이어받은 청년이다.
최씨는 "지금도 수석이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어리벙벙하다"며 "오랜 기간 공부했음에도 계속 실패하면서 좌절했고 자존감이 한없이 뭉개졌다"고 토로했다.
또한 "그러나 끝까지 응원하고 격려해 주신 부모님이 없었다면 오늘의 영광도 없었을 것"이라며 "부모님이 이제까지 겪은 고통과 어려움을 분담해 주셨기에 외무고시 합격의 영광을 안았기에 더 없는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2019년 2월 최현도씨의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부친 최종현, 모친 이선주, 동생 최현의씨 등이 축하하는 모습.(사진=최종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태백이라는 작은 도시 출신으로 폐광촌에서 자라난 그는 이번 외무고시 수석 합격으로 지역 최초 수석 합격자라는 타이틀까지 얻으며, 지역 사회에 작은 기적과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한편 그의 막내 동생(최현의)은 2020년 공인회계사에 합격해 서울 여의도 한영회계법인에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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