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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음식·단 음료 달고 사는 20~30대… ‘청년 당뇨병’ 빠르게 급증

중년층보다 합병증 노출 기간 길어 위험
고지혈증 등 대사질환 이미 동반도 많아
조기 발견 어려워 정기적 혈당 검사 필요

배달 음식·단 음료 달고 사는 20~30대… ‘청년 당뇨병’ 빠르게 급증
게티이미지뱅크
20~30대 청년층에서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청년 당뇨'가 새로운 보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20대 당뇨병 환자는 약 5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발병하는 당뇨병은 초기부터 질환 심각도가 높고 합병증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내분비내과 윤태관 전문의는 "청년 당뇨 환자는 진단 시점부터 당화혈색소 수치가 높고 지방간·고지혈증 등 대사질환을 이미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중장년층보다 진단 당시 질환 진행 정도가 더 심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청년 당뇨병이 위험한 이유는 '합병증 노출 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20대에 당뇨를 진단받으면 높은 혈당 상태에 수십 년간 노출되며, 망막병증·신장질환·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로 청년 당뇨 환자 75%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을, 35%는 고혈압을 동반해 이른바 '대사증후군형 당뇨' 양상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청년 당뇨병 증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 배달 음식·패스트푸드 중심의 식단, 액상과당이 포함된 고당도 음료, 불규칙한 식사 등을 지목한다.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은 체내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고, 결국 췌장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여기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까지 겹치며 대사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제2형 당뇨병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피로·체중 변화 등을 단순한 스트레스나 과로로 넘기기 쉽다. 국가건강검진 역시 20~30대 비만·가족력 보유 등 고위험군을 충분히 선별하지 못해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인기 있는 '제로 슈거' 제품에 대한 과신도 경계해야 한다. 윤 전문의는 "제로 음료에도 말티톨 등 당알코올이 포함돼 있어 혈당을 올릴 수 있고, '몸에 좋다'는 인식으로 과다 섭취하면 오히려 식습관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료 지속률이 낮다는 점도 문제다.
직장·학업 스트레스, 사회생활에 대한 부담, 장기 치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윤 전문의는 "청년 당뇨는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닌 사회 환경이 만든 질환"이라며 "스마트기기 기반 혈당 모니터링, 연속혈당측정기 보험 확대 등 청년층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뇨병은 증상 없이 다가오는 '조용한 살인자'"라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받고 조기에 관리해야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