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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권 이민 장벽 높아져…美 유학생 신규등록 17%↓·英은 출국조치 강화

美 대학 57% "신규 유학생 등록 감소"…비자 취득·여행 제한 우려탓
英에선 영주권 망명후 5→20년, 반복 이의제기 금지

서방권 이민 장벽 높아져…美 유학생 신규등록 17%↓·英은 출국조치 강화
9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에서 시민들이 비자를 발급 받기 위해 줄 서 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영국이 이민 문턱을 높이면서 서방권 전반에 '닫히는 국경'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국제교육원(IIE)은 미국 대학 825곳을 대상으로 2025~2026학년도 외국인 유학생 등록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학기에 미국 대학에 처음 등록한 유학생 수는 17% 줄어들었다. 825개 대학 중 57%가 신규 외국인 유학생 등록이 감소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들 학교는 그 원인으로 '비자 취득 관련 우려(96%)', '여행 제한(68%)' 등을 꼽았다.

전체 등록 유학생 수는 이전 연도부터 등록한 학생들과 졸업 뒤 전공 실무를 익히는 취업 프로그램(OPT)에 참여 중인 학생을 모두 포함한 수치인데, 이 중에서 대학원 유학생 수는 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학생 신규 등록이 급감한 것은 현재 재학 중인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치거나 다른 이유로 학교를 떠나면 향후 전체 유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대학에서 반유대주의 및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잇따른 것과 관련해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원에 대한 비자 심사를 강화해왔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하버드대에 외국인 학생 등록 금지 조치를 했다가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미 국무부는 학생 비자 신청자들의 SNS 심사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5월 일시적으로 비자 인터뷰 일정을 중단하기도 했다.

서방권 이민 장벽 높아져…美 유학생 신규등록 17%↓·英은 출국조치 강화
영국서 폭력 시위 벌이는 반이민 시위대.연합뉴스
이같이 빗장을 걸어 잠그는 기조는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보여졌다. 영국 노동당 정부는 망명 및 이민 절차를 한층 더 엄격하게 손보기로 했다.

같은 날인 17일 샤바나 마무드 영국 내무장관은 하원에서 '질서와 통제 회복'이라는 제목의 이민 및 망명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이번 방안은 영국에 머물 권리가 없는 이주민을 더 많이, 더 빨리 영국에서 출국 조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마무드 장관은 "망명 신청에 실패하면 그들을 내보내는 데 훨씬 더 강경한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안에 따르면 망명이 허용된 난민은 2년 6개월마다 망명 자격을 다시 심사 받아야 하며, 본국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면 돌아가야 한다. 영주권을 신청할 자격은 20년 뒤부터 주어져 현재 자격인 5년보다 4배로 길어진다.

망명을 거부 당한 사람은 이의 제기를 반복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현재 망명 신청 관련 이의 제기가 5만건 이상 적체돼 최소 1년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족의 출국도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현재 가족의 본국 귀환이 우선시되지 않고 있으며, 망명 신청자들은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퇴거 거부에 악용한다"면서 "모든 가구에 본국 귀환을 위한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이를 거부하면 강제 귀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민이 '의심스러운 관계'를 이용해 영국에 머물지 못하도록 유럽인권협약(ECHR)을 비롯한 인권 관련 법률에 대한 해석 역시 바꾸기로 했다.
가족의 삶을 존중 받을 권리를 규정한 ECHR 제8조 등은 직계가족에 대해서만 체류의 근거로 쓰일 수 있도록 한다.

아울러 정부는 "△앙골라 △나미비아 △콩고민주공화국(DRC)이 자국 출신으로 송환이 결정된 불법 이주민과 범죄자를 받지 않는다면 비자 발급을 중단하겠다"고도 경고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에서 "늘어나는 분쟁 속에 점점 더 불안해지고 변동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에서 이동이 늘고 있다"며 "우리 망명 체계는 이에 대비가 되지 않았고, 점점 더 우리 사회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