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품 기획전시 '백남준 & 토니 아워슬러: 비디오/조각' 개막
11월 20일~ 내년 2월 22일
최근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저작권 지적
소장품 백남준 작품 3점 중 2점이 저작권 없어
미술관 "영리 목적 사용에는 제약.. 공공 목적 전시는 가능"
백남준 '거북' 1993년. 백남준의 ‘거북’은 166대의 텔레비전을 거북의 형상으로 만든 대형 비디오 조각 작품(10m×6m×1.5m)으로 1993년 독일에서 제작되었다. 자연과 기술, 동양정신과 서양문물의 결합이라는 백남준 특유의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음에도 저작권 논란을 빚으며 '소장품 아닌 기증품 아니냐'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백남준의 '거북'이 2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논란이 종식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2025년 하반기 소장품 기획전시 '백남준 & 토니 아워슬러: 비디오/조각'을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과 2세대 비디오 아티스트 토니 아워슬러의 대표 작품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며, 기술과 미디어를 통해 두 거장이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살펴본다. 토니 아워슬러는 1957년 뉴욕에서 출생한 미디어 작가로 비디오, 조각, 퍼포먼스를 결합한 독창적인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전시에 선보이는 두 작가의 대표작 백남준의 '거북'과 토니 아워슬러의 '락 2,4,6'은 모두 비디오와 조각이 결합된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보여준다.
특히 백남준의 '거북'은 저작권 문제로 지난주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도마에 올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울산시립시물관이 개관에 맞춰 1호 소장품으로 구입한 '거북'은 TV 브라운관 166대를 거북이 형상으로 만든 1993년도 작품이다. 크기는 가로 10m, 세로 6m, 높이 1.5m에 이른다.
지난 2022년 1월 개관 기념 전시와 같은 해 7월 백남준 탄생 90주년 기념 전시, 2023년 9월 제주항공우주박물관 전시 등 3회에 걸쳐 선보였고 이후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작품의 저작권이 없어 자주 전시회를 못 여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질의가 쏟아졌다.
이에 울산시립미술관은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동안 전시가 뜸했던 것은 작품의 규모가 워낙 대형이다 보니 전시 공간을 좀처럼 확보하지 못해서라고 해명했다.
저작권이 없다 보니 작품을 활용한 아트 상품 개발과 이미지 활용, 도록 출간 등 영리 목적의 활용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울산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 기재된 대표 소장품 목록에 '거북'이 없는 것도 이미지를 쓸 수 없어서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의 작품은 모두 3점이다. 저작권을 확보한 작품은 '시스틴 채플'이 유일하며 나머지 '거북'과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 등은 아직까지 저작권이 없는 상태다.
토니 아워슬러 '락 2,4,6' 2009. 울산시립미술관 제공
작품 '거북'과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의 저작권은 현재 백남준의 장조카이자 저작권 상속자인 일본인 '하쿠다 켄'씨가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하쿠다 켄씨는 저작권과 관련해서는 협의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상속자인 하쿠다 켄씨와 저작권 협의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저작권이 없다 보니 활용 방안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미술관 소유의 소장품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원본에 대한 전시와 대여는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또 "울산시립미술관 뿐만 아니라 백남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국내 다른 미술관들도 같은 처지"라며 "다만 울산과 같은 국공립 미술관들은 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공공 목적의 전시회를 여는 데는 저작권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울산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대표 소장품 중 저작권이 없어 이미지를 쓸 수 없는 작품이라도 소장품 목록 작품명이라도 기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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