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성희롱 도의원 하나 때문에 행감 불출석까지 '경기도의회 파행'...책임은 누가 지나?

7개월간 사과 한마디 없는 양우식 운영위원장에, 집행부 행감 불출석 감행
김진경 의장, 정치적 행태 비판...지방의회 감사권 부정한 중대 사안"
당사자격 국민의힘은 적반하장, "특단의 조치 없으면 파행 각오해야" 경고
동료 유호준 의원 "파행 책임은 성희롱 가해자 양 의원에 있다" 집행부 응원
사상초유 행감 불출석 파행, 책임지는 사람 없이 갈등 확산 예고

성희롱 도의원 하나 때문에 행감 불출석까지 '경기도의회 파행'...책임은 누가 지나?
양우식 경기도의회 운영위원장. 경기도의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기소까지 된 경기도의회 운영위원회 양우식 위원장이 약 7개월 가량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채 버티기에 나서면서, 결국 경기도청 공무원들이 행정사무감사 불출석이라는 이례적 행동으로 저항에 나섰다.

반면, 그동안 양 위원장에 대한 징계를 미뤄 온 경기도의회는 일제히 '의회 경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성추행 도의원 안돼...경기도 집행부 행정사무감사 불출석
19일 파이낸셜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지사 비서실장과 보좌진 등 집행부는 성희롱 발언과 관련해 기소된 양 위원장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행감 불출석을 선언해 운영위원회가 파행됐다.

이날 운영위 행감에는 조혜진 비서실장과 안정곤 정책수석 등 보좌진 9명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이들은 운영위 시작 전 입장문을 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양 위원장이 성희롱성 발언을 한 것은 엄연한 팩트로 밝혀졌고 검찰 기소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운영위원장을 내려놓고 재판에 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사과 한마디 없이 공무원노조와 공직자들에 대해 법적 대응 운운하는 등 2차, 3차 가해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행감에 성실히 임하기 위해 양 위원장의 행감 주재나 참석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는데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 위원장은 지난 5월 9일 도의회 5층 운영위원장실에서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저녁 약속이 있다는 사무처 직원 A씨에게 "남자랑 가? 여자랑 가? 쓰○○이나 스○○ 하는거야? 결혼 안 했으니 스○○은 아닐 테고"라고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이후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같은달 15일 도의회 사무처 직원을 성희롱 한 양 위원장에 대해 당원권 정지 6개월과 당직 해임의 징계를 결정을 내렸지만, 도의회 차원에서는 어떠한 조처도 없었다.

특히 양 위원장은 검찰 기소에 대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며,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반드시 입증하겠다"는 적반하장 식의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뻔뻔한 행태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경기도청 공무원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의회는 사건 발생 7개월이 지나도록 양 위원장에 대한 어떠한 징계도 논의하지 않는 등 방관해 더 큰 비난을 샀다.

때문에 이날 경기도 비서실 등 집행부의 행감 불출석이라는 이례적 사태는 양 위원장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이를 수수방관한 도의회가 불러온 참사로 평가되고 있다.

성희롱 도의원 하나 때문에 행감 불출석까지 '경기도의회 파행'...책임은 누가 지나?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 경기도청지부가 26일 '직원 성희롱' 논란을 빚은 양우식(국민의힘·비례) 경기도의회 의원의 사퇴와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진경 의장 "피감기관 출석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 김동연 지사 사과 요구
하지만, 경기도의회 입장은 달랐다.

김진경 경기도의회 의장은 이날 사태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특정 위원의 발언이나 의사진행에 이견이 있다면 의회 내부의 절차와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피감기관이 스스로 행정사무감사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출석을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선 정치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이견이나 내부 갈등의 차원을 넘어, 지방의회의 감사권을 정면으로 부정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행정사무감사는 법이 부여한 지방의회의 권한이자 1420만 도민을 대신해 도정 운영의 방향성을 살피는 책무다. 피감기관 공직자의 출석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법률과 상식이 요구하는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하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즉각적인 사과 요구했다.

김 의장으로서는 양 위원장 사태보다는 행감 불출석 이라는 집행부의 태도가 '더 잘못됐다'는 판단이다.

성희롱 동료의원 감싸는 도의회...책임은 누가 지나?
반면, 당사자인 양 위원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도 입장문을 통해 "피감기관 증인들은 정당한 사유 없이 행감을 거부하며 불법적 단체행동을 감행했다"며 "지금의 사태와 관련해 김동연 지사의 사과를 요구하며 파행을 불러일으킨 증인들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의회 파행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 자신의 동료 의원으로부터 비롯된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집행부의 이례적 행동만 앞다퉈 문제 삼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공직자들은 도청 게시판을 통해 도의회의 입장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 공직자는 "운영위 위원님들 성희롱 위원장을 왜 두둔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경기도 공직자도 도민"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공직자는 "직원의 한 명으로 도민의 한 사람으로 속이다 후련하다. 막힌 속이 뚫리는 기분입니다. 진심 응원한다"며 집행부의 행동을 응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건의 당사자가 사과 한마디 없이 운영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태에 대해서는 책임을 요구하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런 가운데 도의회 유호준 의원은 운영위 파행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 공직자의 선택을 응원한다"며 "파행 책임은 성희롱 가해자 양우식 의원에게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재 (윤리위원회에) 계류된 양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의 징계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한다"며 "우리가 만든 규칙을 우리가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 집행부와 도민들께 조례를 지켜라 요구하겠냐"고 말했다.

성희롱 도의원 하나 때문에 행감 불출석까지 '경기도의회 파행'...책임은 누가 지나?
유호준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