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 비야디(BYD)의 헝가리 카마롬 전기버스, 트럭 공장에 6우러 27일(현지시간) 전기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신화 연합
중국산 전기버스에 원격으로 작동을 멈출 수 있는 이른바 ‘킬 스위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전기버스를 비롯해 태양광 인버터 등을 수입해 친환경 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유럽 각국이 보안 대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전기버스에 시장을 내준 한국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주요 인프라와 운송 시스템에 중국 첨단 기술 제품들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국가 안보와 사이버 보안이 심각한 위험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유럽에서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전기버스 ‘킬 스위치’
음모론이 아니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중교통당국은 지난 여름 중국산 전기버스에 과연 ‘킬 스위치’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했다.
오슬로 인근의 폐쇄된 광산의 깊숙한 갱도로 전기버스를 가져가 해킹 가능성을 시험했다.
돌로 가득 차 디지털 간섭으로부터 고립된 이곳에서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해킹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중국산 전기버스는 이론적으로 배터리 제어 시스템을 통해 원격으로 작동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이 사실이 공개되자 덴마크와 영국 관리들도 중국산 차량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영국 하원 의원 알리시아 키언스는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우리에게 중국산 전기 버스에 이중 목적의 킬 스위치가 있다는 것을 경고했다”면서 “이 킬 스위치는 중국이 버스 작동을 멈추도록 해 교통 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력망도 위험
전기버스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양광 인버터를 포함해 인터넷에 연결되는 ‘커넥티드 장비’들에도 유사한 원격 제어 기능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인버터의 킬 스위치는 유럽 전력망이 멈추도록 하는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다.
유럽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값싼 중국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태양광 패널을 전력망에 연결하는 인버터다.
유럽의 태양광 인버터 시장은 화웨이등 중국 업체들이 장악했다.
앞서 화웨이의 5세대(5G) 네트워크 장비 보안 문제로 홍역을 치렀던 유럽이 이번에는 태양광 인버터 문제로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유럽 의회에서는 태양광 인버터가 원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한순간에 멈출 수도 있다면서 재앙을 피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리투아니아는 중국을 비롯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는 국가의 업체가 대형 태양광 설비에 원격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법안으로 대응에 나섰다.
딜레마
원격 킬 스위치 최대 위협 요인은 중국이다.
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중국 제조업체들이 큰 반감 없이 중국산 전기버스, 태양광 인버터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킬 스위치의 존재는 중국이 아닌 적대적인 국가나 제3자가 원격으로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장비를 해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안책이 나오지 않으면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인프라를 멈출 수 있다.
중국산 제품의 ‘저렴한 가격’ 공세에 맞서기 위해 대응도 강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프로텍트 EU’ 전략을 통해 5G, 전력망, 재생에너지, 커넥티드 차량 등을 주요 보안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규제 강화에 나섰다.
영국은 에너지 등 주요 분야 기업이 온라인 공격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물리는 사이버보안 법규를 도입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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