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연 생활경제부 차장
요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가 직장인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서울 강남에 본사를 둔 대기업 다니는 입사 25년차 김낙수 부장을 중심으로 서울의 한 중산층 가정의 사람 냄새 나는 스토리다.
임원 승진이 99% 확정이라고 자신하던 김 부장이 좌천 끝에 희망퇴직을 하면서 펼쳐지는 부동산 투자사기, 대리운전, 세차사업 등 '인생 2막'의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드라마 속 김 부장 이야기가 한국 사회 대부분의 중년이 겪는 비슷한 고민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부장 이야기가 최근 식품·유통 분야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만난 1970년 중반~1980년대생 식품·유통 분야 인사들은 드라마 속 김 부장 이야기를 꺼내며 "남의 일 같지 않다"는 푸념을 쏟아냈다. 자녀가 아직 대학에 다니고, 집 대출금도 남았는데 갑자기 실업자가 될 수 있다는 상황이 '동병상련'의 처지라는 얘기다.
이는 최근 식품·유통가에 불고 있는 희망퇴직·세대교체 바람과 맞닿아 있다. 식품·유통기업들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와 맞물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롯데웰푸드는 지난 4월 45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2년 연속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LG생활건강은 백화점과 면세점의 영업직인 판촉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최근 인사에서 식품·유통사의 오너가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는 점은 세대교체 바람을 부추기고 있다.
희망퇴직은 기업이 경영악화와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인력감축에 나설 때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비자발적 퇴직이 많고, 사측의 강요나 보복성 조치가 문제로 지적되기도 한다.
희망퇴직은 근로자 보호와 기업의 경영 정상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근로자 의사 존중과 사회적 안전망 강화 역시 절실하다. 퇴직 후 삶을 건설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지원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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