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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정당한 인종차별은 없다

[테헤란로] 정당한 인종차별은 없다
이설영 전국부 차장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당장 내 유튜브 알고리즘만 해도 내 관심분야에 집중돼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편향성을 강화한다. 특히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긍정적 정보보다 부정적 정보에 더 강하게 주목하고, 더 오래 기억하며,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왜 그럴까. 인간은 진화적으로 생존을 위해 위험신호에 더 민감해야 했다. 뇌가 위험한 것을 발견하면 이를 우선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으로 자동 인식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부정성 편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누군가 내가 갖고 있는 부정적 편향을 의도적으로 겨냥해 선동하면 즉각적으로 공포와 위협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동요하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공포와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찾게 된다.

과거 독일에서는 '1차 세계대전' 패전 후 사회적으로 분노와 좌절감이 커지면서 유대인과 관련한 음모론이 확산됐다. 독일 패전과 경제 붕괴가 유대인 때문이라는 부정성 편향이 집단적으로 강화됐기 때문에 유대인에 대한 차별 또한 당연시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수년간 쌓인 이런 혐오는 2차 세계대전 때 홀로코스트로 이어졌다. 홀로코스트는 오늘날 인류 역사의 대표적인 과오로 평가된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도 이와 비슷하다. 대지진으로 인한 혼란기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확산되면서 자경단이나 군인들이 재일 한국인을 무참히 학살했다. 일본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린 조선인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이 초래한 비극이었다.

최근 중국인 범죄 관련 기사가 실제 데이터보다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험하거나 부정적인 정보에 더 주목하게 되는 인간의 습성을 이용해 선동세력들이 중국 관련한 부정적인 사건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 집단적 적개심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인종차별로 이어진다.

2023년 기준 국내 체류 중국인의 범죄율은 1.65%였다. 내국인 범죄율 2.36%보다 낮다. 강력범죄 피의자 비율도 중국인은 0.031%, 내국인은 0.047%로 중국인이 더 낮다. 비판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진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시도에 대해 분노하면서 지금 현재 우리가 은연중에 저지르는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무신경하다. 부정성 편향을 기반으로 선동당한 뒤 인종차별을 정당화한다. 서울 시내에서 버젓이 중국인을 겨냥한 혐오시위가 일고 있는 것이 그래서 공포스럽다.

ronia@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