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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시세'보다 '매물'을 예의주시하라

[포럼] '시세'보다 '매물'을 예의주시하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이 2026년에 가장 유심히 봐야 할 것은 통계 시세가 아니다. 실제로 거래가 성사되는 '매물 단위의 가격'이다. 시세는 대체로 느리게 움직이는 평균값이다. 하지만 가격의 방향을 먼저 바꾸는 것은 항상 개별 매물이다. 특정 세대가 갑자기 가격을 내리거나 반대로 희소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며 반전의 신호를 만든다. 내년 시장에서 매물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주요 주택 연구기관들은 내년 집값을 전반적으로 강보합으로 전망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전국 주택 매매가격 0.8%, 수도권 2% 상승을 각각 예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역시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2%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가깝다. 표면적 시세는 잔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평균이 고요하다고 해서 매물 단위의 가격까지 안정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개별 매물은 더 큰 변동성을 품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배경에는 규제에 따른 거래 위축이 있다. 현재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있다. 사고파는 '거래회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아파트 갭투자가 사실상 차단되고 2년 실거주 의무가 붙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비규제지역에서 갭투자 비중이 32.7%를 기록했다. 내년에도 핵심지역에선 허가구역이 해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전세를 낀 아파트는 팔기 어렵고, 실수요자로서는 원하는 매물을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공급이 잠겨 있을수록 특정 매물의 가격은 작은 이슈에도 더 민감하게 출렁인다.

세제 변수도 매물 단위의 변동성을 키울 요인이다.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가 내년 5월 종료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중과세 부활이 결정되면 다주택자는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또 고가 1주택자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축소될 때도 절세 목적의 물량이 늘어날 여지도 있다. 이런 정책적 변곡점은 평균 시세에는 천천히 반영되지만, 특정 매물 가격에는 즉각적인 변화를 만들어낸다.

내 집 마련 전략의 핵심은 결국 매물, 특히 급매물 탐색 능력이다. 급매물을 잡으려면 지역과 대상을 최대한 넓혀야 한다. 행정구역으로는 최소 10개 동, 아파트 단지로는 50개 정도의 탐색구역을 설정하는 게 좋다. 현장에서 발품을 팔고, 수시로 부동산중개업소에 들러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하다. 미리 원하는 가격대를 제시하고 매물이 나오면 먼저 연락을 달라고 부탁해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급매물은 매도자가 '속전 속결형' 계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계약에서 잔금까지 2~3개월 걸리지만 급매물 거래는 한달 이내로 짧을 때도 있다. 따라서 좋은 급매물을 고르려면 자금마련 계획을 잘 짜야 한다. 자금력이 급매물 공략의 키 포인트라는 얘기다.
부동산 투자는 겉으로는 복잡해 보이지만, 어찌 보면 간단하다. 이렇다 할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매입가를 최대한 낮추는 일이다. 그래서 내년 집을 사려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싸게 사라, 가능하면 더 싸게 사라."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